카카오톡 서버 장애로 보는 디지털과 우리 삶의 관계
카카오톡 서버 장애로 보는 디지털과 우리 삶의 관계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2.11.06 2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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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카카오 공식 홈페이지
출처 카카오 공식 홈페이지

지난 10월 15일 카카오 데이터센터의 화재로 인해 카카오 주요 서비스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카카오톡 기능뿐만 아니라 카카오로 연동된 다양한 기능이 먹통이 됐다. 생활 곳곳에 스며든 카카오계열 서비스인 뉴스, 포털, 택시, 송금, 결제, 웹툰이 모두 기능을 멈춘 것이다. 이 사태 이후 카카오의 서버 오류로 인한 피해사례가 속출했다. 전동킥보드 반납이 불가능해져 10만 원 이상의 금액이 청구된 사람도 있었고 카카오택시, 배달, 헤어 등의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 관련 업주들이 손해를 입었다. 다음메일, 카카오메일, 한메일을 사용하는 이들은 이메일 확인과 전송이 불가능해 많은 불편을 겪었다.

 

이번 카카오 먹통사태는 초연결 시대 사회에 대한 경각심을 우리에게 안겨줬다. 인터넷은 미-소 냉전 시절, 중심 허브에 문제가 발생하면 전체가 붕괴할 위험이 있는 중앙집중식 네트워크의 치명적 오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됐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한국은 현재 중앙집중식으로 인터넷 네트워크를 운용하고 있다. 2003년에도 카카오와 유사하게 ‘1.25 인터넷 대란’이 발생했었다. 혜화전화국에 사고가 나면서 이틀 동안 약 80%의 인터넷이 다운됐다. 이 사태 이후 국가 차원의 분산화는 이뤄졌지만, 기업 차원에서는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아직 데이터센터 분산이 이뤄지지 않은 곳이 많다.

 

카카오는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을 독과점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단순 메신저뿐만 아니라 결제, 송금, 모바일 카드, 쇼핑, 웹툰, 택시예약 등을 터치 하나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더불어 선물하기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전달하거나, 소상공인의 사업 통로로서 기능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우리는 카카오처럼 일상을 독과점하는 기업의 서버가 다운된다면 사람들의 일상이 순식간에 마비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디지털 사회에서 편리함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심각한 오류를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대부분 카카오로 돌아오고 있다. 디지털화는 사람들에게 굉장한 편리성을 안겨주곤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를 데이터 시스템에 수동적으로 의존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우려했듯, 인간이 전산화된 시스템에 지배당하는 일이 먼 미래가 아닐 수 있다.

 

카카오라는 기업은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며 사업을 확장해가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잦은 오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각심을 갖지 않고 데이터센터를 분산하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카카오가 책임의식을 갖고 피해 보상뿐만 아니라 차후 발생할 문제에 대비하여 데이터센터를 분산화하기를 기대한다. 우리 또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늘 존재하는 디지털에 의존하는 생활보다는 약간의 아날로그의 방식으로 돌아가 개인의 데이터에 대한 주체성을 회복할 수 있는 삶을 살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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