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바로크 백남준', 기술을 섞어 흐르는 시간에 훼방을 놓다
[르포] '바로크 백남준', 기술을 섞어 흐르는 시간에 훼방을 놓다
  • 윤채현 기자
  • 승인 2022.11.29 0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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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아트센터 전경

내년 1월 24일까지 경기도 용인시 백남준 아트센터 2층에서 <바로크 백남준> 특별전이 열린다. <바로크 백남준>은 백남준 탄생 90주년을 기념하여 과거 예술 작품을 조명하는 기획 전시다.

 

백남준은 비디오아트의 창시자로서, 다양한 TV 예술을 선보여 세계 미술의 지평을 열었다. <바로크 백남준>을 기획한 이수영 학예사는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는 오늘날 초고해상도 디지털 영상으로 구현되는 대형 미디어 전시, 디지털 프로젝션 매핑*으로 만들어지는 디지털 몰입과 다른 경험”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객에게 “대형 미디어 설치 작업을 생생하게 전달해 백남준이 다양한 예술을 추구했음을 알려드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프로젝션 매핑(Projection Mapping) : 대상물의 표면에 빛으로 이뤄진 영상을 투사해, 현실에 존재하는 대상이 다른 성격을 가진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기술

 

백남준 작품 <촛불하나>

전시장에는 총 11개의 작품과 백남준의 <바로크 레이저>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그중 백남준의 주요 작품 몇 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먼저, 전시장 내부로 들어서면 보이는 <촛불 하나>다. <촛불 하나>는 초를 하나 밝혀 두고 이를 카메라로 촬영한 뒤, 다시 여러 대의 삼관 프로젝터를 통해 이미지를 벽에 투사한 작품이다. 이때 벽에 투사되는 이미지는 노란색, 청록색, 보라색 등 빛의 층을 만든다. 주변 바람에 의해 일렁이는 촛불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예술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다.

 

<촛불 하나>를 지나치면 다음으로 <비디오 샹들리에 No. 4>가 보인다. 비디오 샹들리에 시리즈는 샹들리에 위에 여러 촛대를 설치하고, 텔레비전을 촛불 삼아 이미지와 빛을 낸다. 특히 여러 대의 TV 화면이 화려한 이미지를 방출하는 모습과 나뭇잎들을 함께 배치해 이질적 속성을 강조한다. 이는 급변하는 우리의 기술 문명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

 

백남준 작품 <TV 시계>

마지막으로 <TV 시계>는 24대의 모니터를 이용해 시계의 바늘이 2번 회전하는 것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어두운 방에 일렬로 전시된 모니터 화면의 한 줄기 빛은 마치 밤하늘의 달 같기도 하다. <TV 시계>는 1990년대 이후 멀티미디어와 대규모 미디어 설치작품으로 발전하게 되는 백남준의 대규모 미디어 설치 작품의 전초 작품이다.

 

이처럼 <바로크 백남준>에서는 백남준의 옛 설치 작품을 다시 볼 수 있다. 11월 20일 이후, <비디오 샹들리에 No. 1>과 <시스티나 성당>이 전시 목록에서 빠져 아쉬움이 남지만,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접할 기회가 드물었던 다양한 미디어 설치 작업을 관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 바로크 백남준> 특별전 입구

한편 백남준 아트센터 전시관 1층에서는 내년 3월 26일까지 <백남준의 보고서>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본 전시는 백남준이 작성한 보고서 ‘종이 없는 사회를 위한 확장된 교육(1968)’, ‘후기 산업사회를 위한 미디어 계획(1974)’, ‘PBS 공영 방송이 실험 비디오를 지속하는 방법(1979)’을 기반으로 백남준의 예술적 정책을 새롭게 조망하는 전시다. <바로크 백남준> 전시회에 입장하기 전, 1층에서 백남준이 이야기하고자 했던 예술과 사회를 담은 <백남준의 보고서> 전시를 관람하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백남준 아트센터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로, 입장은 오후 5시에 마감된다. 전시는 별도의 예매 없이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한편, 이번 전시는 가수 장기하의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이번 겨울 방학에 비디오아트의 거장 백남준의 설치 작품들을 감상하러 가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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