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실천, 우리 학교는 채식 친화적인 학교일까?
비건 실천, 우리 학교는 채식 친화적인 학교일까?
  • 김미정 수습기자
  • 승인 2022.12.1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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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채식연합에서는 자체 설문조사와 채식이나 비건 관련 여러 자료를 통합하여 추산한 결과, 2022년 기준 국내 채식인구를 약 3-4%(150만-200만명)으로 보고 있다. 이는 10년 전의 채식인구에 비하면 두세 배 증가한 결과다.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수요에 따라 기업들은 비건식과 대체육을 생산하고, 식당이나 의류 브랜드 등에서는 비건을 트렌드로 내세우고 있다. 채식인구가 많아지고, 비건에 대한 인식이 변화한 만큼 비건은 하나의 가치관으로 존중되는 추세다.

 

채식이란 기본적으로 육식을 피하고 식물성 음식을 섭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채식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채식을 선택하는 단계부터 동물성 음식을 전혀 섭취하지 않고 채소와 과일만 섭취하는 단계까지 다양한 단계가 존재한다. 이 중 비건(Vegan)이란 동물성 식품을 아예 섭취하지 않는 단계다. 또한 채식의 여러 단계 중 하나가 아닌, 채식지향 전체를 아우르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현재에 와서는 단순 식이의 의미를 넘어 상품의 차원에서도 동물성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소비습관을 포함한다.

 

비건을 실천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건강이나 체질을 이유로 실천하는 이들도 있고, 비윤리적인 가축산업에 반대하며 동물권 보장을 위해 비건을 실천하는 이들도 있다. 또한, 환경보호를 위해 비건을 실천하는 이들도 있다. 이처럼 비건은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가진 가치관이며, 존중받아야 할 개인의 선택지다.

 

그렇다면 가톨릭대학교는 비건을 실천하기에 적합한 환경인가? 교내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은 소피이바라관(학생미래인재관) 1층에 위치한 ‘카페 보나’, 2층에 위치한 ‘부온프란조’, 김수환관 1층의 ‘카페 멘사’다. 학교에서 식사가 제공되는 세 곳의 메뉴 구성은 주로 영양 균형과 학생들의 기호에 맞추어 덮밥, 면류, 육류 등으로 구성된다. 학생 식당은 학생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든든한 식사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 식단에는 비건 학생들의 선택지가 배제됐다.

 

완전 채식 단계의 비건을 기준으로 10월에서 11월 약 한 달 간 식단표를 분석한 결과, 비건이 섭취할 수 있는 메뉴는 거의 없었다. 고기가 들어간 메인 메뉴만이 아니라 함께 제공되는 반찬에도 육류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젓갈이나 육수를 섭취할 수 없기 때문에 제공되는 김치, 반찬, 국은 거의 먹을 수 없다. 이러한 환경에서 비건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수고로움이나 더 비싼 비용 지불을 통해 식사를 해야만 한다.

 

식사 외에도 시험기간이 되면 교내 여러 단체에서는 간식행사를 진행한다. 유제품과 달걀을 섭취하지 않는다면 간식이나 음료 등 메뉴 선택에도 제한이 많아 참여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이를 고려해 사회과학대 학생회 ‘바람’에서는 비건식 포함 간식 행사를 진행했다. ‘바람’ 학생회장 서주은(심리・20)학생을 만나 비건식 포함 간식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간식 사업에 ‘비건식 포함’ 공약을 내걸게 된 배경에 대해 서주은 학생은 "5년만에 당선되는 대단위 학생회인 만큼 학우분들께 더 좋은 복지, 많은 복지를 드리고 싶었다"고 답했다. 또한, "인권위원회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외되는 학생 없는 행사를 기획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배리어로 인해 어떤 행사든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를 고려하여 비건식 포함 간식 행사는 식이 소수자라도 학생회 행사에 함께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간식 행사가 대표적인 복지 공약인 만큼 많은 학생이 행사를 즐기고, 단과대에 소속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 이러한 행사를 기획한 것이다.

 

비건식 간식행사는 배부 인원 80명 제한으로 신청을 받아 진행됐다. 비건식과 일반식 두 가지 선택지를 제공했고, 비건식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는 학교 근처 가게들을 알아보고 직접 체험한 후 결정했다. 1학기 첫 번째 간식행사부터 현재 진행 중인 2학기 기말고사까지의 행사에서 각각 24명, 27명, 32명, 30명의 학생들이 비건식을 선택했다. 이러한 선택지의 증가는 실제 비건이거나, 비건을 도전해보고 싶었던 이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됐다. 또한, 이전에 비건에 대한 관심이 없던 학생들에게도 식이 소수자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채식 담론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데에는 오랜 역사가 있지 않기 때문에 현재 가톨릭대학교 내에 비건을 위한 환경은 아직 부족하다. 그러나 비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면 학교와 기숙사에 비건을 고려한 식단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실시 중에 있는 비건식 포함 간식 행사나 비건에 대한 다양한 관심들은 단순한 채식과 선호에 대한 존중이라는 의미를 뛰어넘는다. 이러한 변화는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다양성과 권리에 대한 존중이다. 인본주의적 가치에 기반하여 학생 모두가 행복한 대학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앞으로 변화해 나갈 가톨릭대학교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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