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을 지키는 법, 우리 사회에 법이 필요한 이유
안전을 지키는 법, 우리 사회에 법이 필요한 이유
  • 최서현 수습기자
  • 승인 2022.12.12 08: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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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10월 26일,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광산이 붕괴해 지하 190m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2명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달 29일에는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의 좁은 골목에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위 두 사고의 원인으로 안전 수칙, 신고 의무, 행정적 통제의 부재가 논의되고 있다. 사고들을 살펴보며 법이 왜 필요한지 알아보고자 한다.

 

10월 26일 봉화 광산 붕괴 사고

지난 8월 29일, 봉화 광산에서 광석이 무너지는 붕괴 사고가 발생해 작업자 한 명이 다치고 한 명이 사망했다. 이후 두 달도 지나지 않아 동일한 광산에서 다시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번 사고로 매몰됐던 작업자 두 명은 모두 안전하게 구출됐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 동부광산안전사무소로부터 해당 광산업체가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다는 공문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안전사무소의 작업 중지 및 접근 통제 명령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출신 황두영 작가는 11월 3일 방송된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실종자들이 모두 건강하게 구조될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광업 노동자가 줄어들면서 관련 법의 규제 또한 허술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10월 29일 이태원 압사 사고

이태원 압사 사고는 핼러윈을 즐기기 위한 수많은 인파가 통제되지 못한 채 좁은 골목으로 몰리면서 발생했다. 경찰은 행사 주최자가 없었기 때문에 사전 안전 관리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 공연법, 관광진흥법 등에 따르면, 주최자는 행사를 진행할 때 미리 안전 대책을 수립해 지자체에 보고해야 한다. 행사로 이익을 보는 주최자가 책임 또한 부담하는 ‘수익자 부담 원칙’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다만 경찰관 직무집행법 5조에 따르면, 극도의 혼잡 등의 사태에서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어떠한 상황이라도 인구 밀집이 예상되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본 사고는 공적 개입에 대한 모호한 근거와 기준에 의해 발생했으며, 법과 제도의 허점이 드러나게 된 계기라고 볼 수 있다.

 

올바른 법의 역할

책 ‘법을 왜 지켜’에 따르면, 국가생활공동체 내에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법이 필요하다. 법은 공동질서를 해치는 위협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최대한 체계적으로 규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위협을 예측하고 일일이 법으로 규율하여 개인의 자율성을 극도로 제한하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법의 올바른 역할이 아니다.

 

지난달 10일 고용노동부가 개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수립을 위한 토론회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병태 교수는 ‘펠츠만 효과’를 언급하며 “처벌 위주의 규제가 반드시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며 오히려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제언했다. 펠츠만 효과란 안전망을 제대로 갖추려고 할수록 오히려 위험도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경제학 이론이다. 안전사고를 예방한다는 이유로 처벌 위주의 정책만을 법으로 규율하여 펠츠만 효과를 유발하는 것보다 현실에 맞는 체계적인 법을 마련하여 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하되, 스스로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안전을 위한 행동 변화로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핼러윈을 바로 앞둔 주말 이태원에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측하고 이를 대비하는 것, 안전사무소로부터 광산에 대한 위험 진단을 받고 적절한 안전 조치를 취하는 것은 특별한 조치가 아니다.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위험 요소에 대해 당연하고 일반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재해가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방치 행위를 의무 위반으로 규정해야 한다. 또한, 사전에 인식된 제도나 법의 허점을 지체 없이 보완하여 안전의 공백을 막아야 한다. 국가생활공동체에 법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 사회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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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혁 2023-02-20 16:43:25
전국장애인연대의 무질서 무법 지하철 시위도 하루빨리 사라져야할 위험한 시위이죠. 서울시민의 생명을 담보로하는 그러한 무법시위는 사라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