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가 간다] 뮤지컬 가격 고공행진, 그럼에도 보는 이유는
[민기자가 간다] 뮤지컬 가격 고공행진, 그럼에도 보는 이유는
  • 민윤재 기자
  • 승인 2022.12.27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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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뮤지컬들이 줄지어 티켓 가격을 올리고 있다. 내년 1월 개막을 앞둔 ‘물랑루즈!’는 국내 뮤지컬 사상 역대 최고가인 18만 원에 VIP석 가격을 책정했다. ‘베토벤’, ‘캣츠’의 티켓 가격 또한 17만 원이라는 높은 금액으로 결정됐다. 뮤지컬 티켓 가격은 2010년 이후로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 중이다. 공연업계에 따르면 VIP 기준 국내 대형 뮤지컬 티켓 가격은 2010년 12만 원, 2011년 13만 원, 2014년 14만 원, 2018년 15만 원, 2022년 16만 원으로 최근 약 10년간 4만 원가량이 올랐다.

 

뮤지컬 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은 물가와 환율 인상이다. 앞서 값비싼 티켓 가격으로 논란이 된 작품들은 모두 해외 프로덕션과 협업한 작품이거나 오리지널 캐스트*의 해외 투어 공연이다. 무대, 의상, 소품 등을 원작 제작사가 지정한 대로 제작해야 하고 이를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비용이 발생한다. 뮤지컬 판권에 대한 로열티** 지불이나 배우 출연료 또한 부담이 만만치 않다. 헤럴드 경제 기사에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제작사 쇼노트 측은 “물가가 상승하며 세트, 조명, 의상 등의 공연 제작 비용이 증가했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력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인건비 또한 상승해 티켓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며 제작사의 고충을 밝히기도 했다.

*오리지널 캐스트: 뮤지컬 초연 당시 공연한 배우 라인업을 일컫는 용어
**로열티: 특정한 권리를 이용하는 이용자가 권리를 가진 사람에게 지불하는 대가

 

하지만, 뮤지컬 가격 상승이 당장 공연계의 성장을 막아선 것은 아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 전산망(KOPIS)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 달 동안 공연 시장에서는 약 137만 건의 티켓 예매와 488억 원 규모의 티켓 판매가 이뤄졌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티켓 예매는 26만 건, 티켓 판매는 177억 원 차이로 큰 성장 폭을 보였다. 특히 뮤지컬에선 코로나19 이전보다 티켓 예매 수와 판매액이 각각 47%, 119%로 늘어났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문화생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새로운 관객이 유입된 것이다. 더불어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 지침을 완화함에 따라 여가를 즐기기 위해 집 밖을 나서는 이들이 많아지며 공연에 대한 갈망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 사회에서 대중들은 비싸더라도 자신이 만족하면 지갑을 연다. 뮤지컬의 가격 상승과 이에 대한 관객의 불만과 달리 공연 호황이 계속되는 이유는 ‘가심비’를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영향이 크다. 그렇다면, 실제로 높은 티켓 가격의 뮤지컬은 좋은 질을 보장하고 있는가? 본 기자가 직접 뮤지컬을 예매해 관람해 보았다.

 

기자가 직접 관람하고 평가한다, 뮤지컬 ‘드라큘라’

뮤지컬 '드라큘라' 무대 사진
뮤지컬 '드라큘라' 공연장 내부 사진

 ‘드라큘라’는 400년을 이어온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담은 로맨티시즘의 뮤지컬로, 유럽 100대 베스트셀러인 브람 스토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죽을 수 없는 형벌을 받은 비운의 남자 드라큘라가 아내와 아들을 지키기 위해 흡혈귀의 운명을 받아들이며 벌어지는 내용을 담았다. 장소는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이며, 공연 시간은 인터미션*** 20분 포함 150분이다. 가격은 VIP석 기준 원가 15만 원으로, 최근 가격 경향과 유사한 가격대를 보였다.

***인터미션: 연극, 오페라, 뮤지컬 등의 공연에서 중간에 주어지는 휴식 시간

 

본 기자는 VIP석을 예매해 드라큘라를 관람했다. 좌석은 11열로, 시야 방해 없이 쾌적한 관람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뮤지컬의 질적인 부분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중요한 액션 전투 장면과 군무 등은 배우간 합이 잘 맞지 않았고 무대 구조물 변화가 적어 심심한 느낌도 들었다. 무대 배경이나 구조물을 움직이기보다 스크린을 이용해 분위기를 전환시키고자 한 탓이 컸다. 또한, 1,084석을 가진 꽤 큰 규모의 극장에서 공연을 함에도 오케스트라가 없는 점은 뮤지컬 특유의 웅장함을 지웠다.

 

뮤지컬 배우와 가수 간의 실력차가 드러나는 점도 아쉬웠다. 다양한 관객 유입이나 수익을 위해 비(非)뮤지컬 배우인 가수의 캐스팅이 주를 이룬 것은 이해하는 바이다. 하지만, 비중이 큰 역할에 뮤지컬 경험이 적은 가수들을 캐스팅하면서 배우들이 극의 감정선을 끌어나가는 데 무리가 있어 보였다.

 

세세한 부분을 각각 꼼꼼히 따지면 가격에 비해 질 좋은 공연이라고 느끼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오랜만에 뮤지컬을 관람했다는 경험 자체가 큰 만족감을 느끼게 했다. 일종의 경험 소비인 셈이다.

 

예매사를 통한 실관람평을 살펴보면 다양한 문제나 비판들이 지적됐다. 음향 사고나 공연 시작 후 입장 금지임에도 계속된 중간 입장으로 불편함을 느낀 점 등의 운영 문제, 비뮤지컬 배우들이 많아 몰입하기 어려웠다는 평이나 극의 개연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는 등의 내용적 비판도 있었다. 긍정적인 평도 많았지만 ‘이 가격에 이 퀄리티?’라는 의문점도 제기됐다. 관객 입장에선 공연의 질이 좋지 않으면 뮤지컬 가격 상승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

 

뮤지컬 산업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뮤지컬 덕후라는 뜻을 가진 일명 ‘뮤덕’이 등장했고 작년에는 뮤지컬 산업 발전을 위해 25개 사의 제작사가 참여한 한국뮤지컬 제작사 협회가 출범했다. 뮤지컬 산업 진흥법도 제정을 준비 중이다. 단순히 제작 규모가 커지거나 수익이 늘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정책적인 성장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뮤지컬 산업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것은 바로 관객들의 발걸음이다. 관객들은 자신들의 돈과 시간을 내어 공연을 관람한다. 하지만 관객들에 대한 배려는 아직 부족하다. 특히 멀티캐스팅으로 인해 관객들이 다양한 배우 조합을 보기 위하여 N차 관람을 하므로 새로운 관련 시스템 도입이 더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는 대극장 뮤지컬에서 1층 좌석 전체가 VIP석으로 지정되거나 브로드웨이 등에 비해 할인 혜택이 현저히 적어 가격 부담을 관객이 모두 짊어지는 구조다. 뮤지컬의 규모가 커질수록 시야에 따른 좌석별 티켓값 차등 적용이 확대되고 마일리지 적립, 추첨 할인 등과 같은 할인 혜택을 늘릴 필요가 있다. 대중문화예술인 뮤지컬에 대한 접근성을 늘려야 뮤지컬 산업도 더 가파르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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