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도서요약 서비스는 독서를 위한 것인가
[칼럼] 도서요약 서비스는 독서를 위한 것인가
  • 민윤재 기자
  • 승인 2023.01.06 21: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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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본교는 북코스모스와 협업해 도서요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도서요약 서비스는 도서의 핵심 내용을 5% 내외(A4용지 10-15장)로 요약한 콘텐츠다. 월 40종씩 새로운 도서 요약본이 갱신되고 사용자는 오디오북과 미디어북 등의 콘텐츠도 이용할 수 있다. 해당 서비스는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함과 동시에, 자신에게 맞는 좋은 도서를 고르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서비스 제공 목적 또한 대학의 독서인구 저변을 확대하고 효율적인 독서에 대한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러한 도서요약 서비스가 의도대로 사용되고 있는지는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도서요약 서비스는 짧은 도서 소개, 저자 소개, Short Summary, 차례, 주요 내용 정리로 구성돼 있다. 본 기자가 읽어본 도서 요약본은 논픽션 도서로, 소제목과 사례 등에 중점을 두어 요약됐다. 요약본은 도서 내용의 극히 일부지만, 약 10장 정도의 요약문을 다 읽고 나니 해당 도서를 읽을 필요성을 느끼기 어려웠다. 다른 사람들에게 근사하게 소개해 줄 수 있을 정도다.

 

요약문 마지막에는 기자의 감상을 예상한 듯 ‘본 도서 요약본은 원본 도서의 주요 내용을 5% 정도로 요약정리한 것입니다. 원본 도서에는 나머지 95%의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더욱 많은 정보와 내용은 원본 도서를 참조하시기 바라며, 본 도서 요약본이 좋은 책을 고르는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해당 문장은 이용자에게 서비스의 목적을 상기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본 서비스는 분명히 독서의 대체재가 아니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도서요약 서비스를 본래 목적대로 사용하고 있을까? 21세기는 영화 대신 이를 요약한 영상을 보는 시대다. 그만큼 이제 콘텐츠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이미 도서, TV 프로그램, 영화 등의 콘텐츠를 보는 방식은 바뀌고 있다. 사람들은 숏폼, 클립 영상 등을 통해 콘텐츠를 더 짧고 간결하게 보길 원한다. 아마 해당 서비스 또한 이러한 현상을 부추기는 플랫폼일지 모른다. 현대 사회에서 독서의 진정한 의미나 본질이 시간으로부터 밀려나게 된 것이다.

 

함축적인 정보만을 취급하는 현세대의 특징은 읽기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전산학자 제이컵 닐슨 박사는 디지털 읽기의 특징을 ‘F자형 읽기’라고 지칭했다. 인터넷 사용자 232명의 시선을 추적해 본 결과, 사람들이 10초 이하의 짧은 시간 안에 페이지를 재빨리 훑기 위해 알파벳 'F'자 모양으로 읽는다는 것이다. 맨 위 1~3문장만 끝까지 읽은 후, 중반부로 내려와 또 한두 문장을 읽고 나머지 후반부는 읽지 않는 방식이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 매체로 100단어를 읽을 때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4.4초에 불과하다. 닐슨 박사는 “웹 이용자들이 실상 거의 글을 읽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일정 길이 이상의 글을 보는 데 점점 멀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은 47.5%로, 절반을 채 넘지 못한다. 반강제적으로 독서를 시작하다 보니 사람들 대부분이 성인이 돼서까지 독서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기 어렵다. 보통 초등학생 때 독서를 가장 많이 하고 그 이후로 독서량은 점점 줄어든다.

 

또한 OECD가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도 우리나라의 읽기 점수는 계속해 하락하고 있다. 2006년 1위였던 읽기 점수가 2018년 9위로 내려앉았다. 가장 눈여겨볼 점은 하위권 학생들의 비율이다. 2000년 5.7%에서 2018년 15.1%로 하위권 학생들의 비율이 무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비판적 문해력이 매우 낮은 경향을 보였다.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는 문항에서는 한국 학생 4명 중 1명만 정답을 맞혔다. 당장 실생활의 언어생활에 문제는 없을지 모르지만, 이대로 간다면 많은 한국 학생이 성인 수준의 정교한 이해력과 비판력을 갖추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모든 것을 짧게만 줄여나가는 세상을 트렌드라고 정의 내려야 할까. 정제된 정보를 제공받는 수동성이 우리를 지배하는 건 아닐지 우려스럽다. 시간에 빼앗긴 콘텐츠의 본질을 되찾기 위해서 우리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도서 요약 서비스는 제공 목적으로만 보면 질 좋은 독서를 뒷받침하는 서비스지만, 현 독서 실태와 흐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한계도 존재한다. 본 서비스가 더욱 보완돼 앞으로 사람들이 깊이 있는 독서를 위한 디딤돌로 사용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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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d 2023-06-09 02:12:22
독서요약 서비스 어떻게 이용하는지좀 알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