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 미국과 세계 경제
[생경] 미국과 세계 경제
  • 황성진 기자
  • 승인 2023.01.06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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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경’은 근래의 생생하지만 낯선 경제 시사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현지 시각 12월 14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미 연준)는 2022년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FOMC)에서 미국의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인상했다. 전날에 이어 양일간 개최된 회의에서 미 연준은 이전의 75bp보다는 다소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강경한 태도로 시장을 바라볼 것을 시사했다. 또한, 지난 5월부터 이어져 온 대차대조표 축소 계획도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와 함께 미 연준 위원들은 4.25~4.5%로 마감한 올해의 미국 기준금리가 내년에는 5.1%를 상회할 것으로 예측했다.

 

잇따른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전 세계의 국가들이 ‘긴축 앓이’를 호소하는 가운데, 미국 고용통계국(BLS)이 발표한 전년 동월 대비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7.1%로 예상을 하회하며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미 연준은 실물 경제를 정직하게 추종하지 않는 증권 시장과 서비스 인플레이션의 하락이 지연될 것을 우려하며 위와 같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세계 각국의 통화기구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미 연준의 발표 다음 날인 15일, 유럽중앙은행(ECB)은 50bp를 인상하며 2.5%까지 금리를 높였다. 같은 날, 잉글랜드은행(BOE)도 50bp를 인상하며 기준금리 3.5%를 달성했다. 홍콩금융관리국(HKMA)도 이날 50bp 인상을 발표하며 기준금리 4.75%를 기록하여 금리 격차를 유지했다. 홍콩의 기준금리는 1983년부터 도입된 미 달러화 연계환율제도에 의해 미 연준의 기준금리와 연동된다.

 

2022년 12월 말 기준, 전 세계의 기준금리는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발 대침체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준금리는 경제 호황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임과 동시에 물가 인상률을 나타내는 지표다. 각국의 통화기구는 물가 안정을 제1순위로 두고 통화정책을 펼치기 때문에 전쟁과 에너지 수급으로 인해 물가가 상승한 오늘날, 금리의 인상은 필연적이다.

 

달러는 기축통화로, 국제외환시장에서 금융거래의 중심이 되는 통화다.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과 자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심해지면, 자본의 이동이 일어나 자국의 외환시장을 통해 달러가 국외로 유출된다. 유출된 달러로 인해 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이 감소하고 수출이 증가한다. 이는 자국 화폐로 표기되는 해외 수입품 가격이 상승하고, 달러로 표기되는 자국 수출품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는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상승해 좋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소비재가 한 국가 내에서 모두 생산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수입 의존도가 높으면서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낮은 재화는 가격이 높은 폭으로 상승할 수 있어 위험하다.

*수요의 가격 탄력성 : (수요량의 변화율) ÷ (가격의 변화율)

 

한국의 2022년 최종 기준금리는 3.25%다. 대봉쇄 이전에는 미국보다 약 2%포인트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대외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경제 상황에 맞게 기준금리가 책정됐으나, 지난 9월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을 기점으로 기준금리가 역전돼 현재는 미국이 1~1.25%포인트 더 높다. 이는 8월 말과 11월 중순의 기준금리를 비교했을 때, 한국이 일본과 체코를 제외한 IMF 기준 주요 선진국 중 금리 인상 폭이 가장 낮았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은 물가 상승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물가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외화가 유출돼 외환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올해 11월 기준 4,161억 달러로 외환위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지만, 금리 역전이 길어져 지속적인 외화 유출이 발생한다면 대외지급 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국은 4개월 연속 외환보유액 감소를 기록하다 11월에 외환보유액 증가세로 돌아섰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가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미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으로 인해 작지 않은 충격이 예상된다. IRA는 필요한 곳에 지출을 늘리고, 수입을 지출보다 더 늘려 산업 활성화와 물가 안정을 도모하는 재정정책 법안으로, 미 연준의 통화정책과 동일한 기조를 띄고 있다. IRA에는 중국의 에너지 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에너지·기후 대응 지출 명목에 3,600억 달러의 예산이 배정됐는데, 문제는 이러한 자국 산업 지원이 동맹국 유럽·한국·일본의 전기차 시장 경쟁력을 악화시킨다는 데에 있다.

 

IRA 승인 후 유럽연합(EU)은 자국 내 전기차 기업들이 미국으로 이주하는 것을 우려하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천명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의 EU 소속 국가들은 성명 발표와 잇따른 정상회담을 통해 해당 법안에 대한 타개책을 모색하는 중이다. 이러한 EU의 대응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는 이미 IRA가 승인되었기 때문에 국가 간 담화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IRA에 대응하는 지원 정책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도 IRA의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 조지아주에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전기차 공장을 건설 중인 현대 자동차는 투자 철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단 몇 년만이라도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요구했다. 국내에서도 IRA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미 정상회담을 갖거나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안위를 우선한 경제정책들로 세계 경제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의 세계 경제 호황을 미국이 이끈 것과 누가 경제 패권을 쥐더라도 긴축의 시기는 피하기 어렵다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자국 보호주의에서 벗어나 협력을 위시한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을 통해 분열로 점철된 지구촌을 하나로 모은다면, 경제 최대국으로서의 지위가 더욱 공고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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