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오리지널 뮤지컬의 영화화, 뮤지컬 '영웅'과 영화 '영웅'
국내 최초 오리지널 뮤지컬의 영화화, 뮤지컬 '영웅'과 영화 '영웅'
  • 최서현 기자
  • 승인 2023.03.01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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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차 뮤지컬 <영웅>이 영화로 재탄생했다. 원작의 장르적 특성을 살려 국내에서는 잘 시도되지 않는 ‘뮤지컬 영화’로 제작됐다. <영웅>은 안중근 의사가 11명의 동지와 함께 단지동맹을 맺어 하얼빈 의거를 감행하고, 사형 집행이 있기까지 생애 마지막 1년을 그렸다. 뮤지컬의 아홉 번째 공연과 영화 모두 지난해 12월 21일 막을 올렸다. 본 기자가 뮤지컬 <영웅>과 영화 <영웅> 두 작품을 직접 관람해 보았다.

 

뮤지컬 '영웅'
뮤지컬 '영웅' 포스터 (출처 에이콤)
한국 창작 뮤지컬의 신화, 뮤지컬 <영웅>

뮤지컬 <영웅>은 순수 국내 창작 뮤지컬로, 2009년 10월에 첫 번째 공연을 올렸다. 뛰어난 작품성으로 많은 뮤지컬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올해 무려 아홉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이번 공연은 오는 2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 시그니처 홀에서, 다음 공연은 3월 17일부터 5월 21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본 기자는 VIP석 4열에서 1월 25일 공연을 관람했다. 소위 명당으로 불리는 좌석들이 예매 시작 직후 순식간에 판매되는 것을 보면서, 뜨거운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무대 아래에 위치한 오케스트라의 힘찬 연주와 함께 공연이 시작됐다. 관람하는 내내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 효과에 감탄했다. 특히, 거대한 기차 구조물이 무대 위로 등장한 하얼빈 역 의거 장면은 일품이었다. <영웅>의 유명한 넘버* 중 하나인 ‘누가 죄인인가’에서는 배우들과 앙상블의 화려한 군무에 놀랐으며, 안중근 의사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 느낀 두려움을 그린 넘버 ‘장부가’에서는 정성화 배우의 뛰어난 가창력에 압도당했다.

*넘버: 뮤지컬에 등장하는 노래나 음악을 의미하는 용어

 

그러나 작품의 스토리 부분은 다소 아쉬웠다. 무대극의 어쩔 수 없는 한계겠지만, 호흡이 빠른 이야기의 전개를 따라가기 바빴다. 1막에서는 조국의 독립을 외치던 안중근이 2막에서는 주로 동양의 평화를 외치면서, 두 주제 간의 연결 고리가 약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 '영웅' 포스터
영화 '영웅' 포스터 (출처 CJ ENM)
한국 최초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 영화 <영웅>

영화 <영웅>은 국내 최초로 오리지널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단순히 뮤지컬계의 히트작 <영웅>을 뮤지컬 영화로 즐길 수 있게 했다는 점뿐만 아니라, 뮤지컬 <영웅>의 입장에서도 뮤지컬 시장에 새로운 관객들이 유입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개막 직후부터 줄곧 국내 박스오피스 한국 영화 1위를 기록했으며, 현재 300만 관객 수를 돌파했다. 영화 <해운대>와 <국제시장>으로 유명한 윤제균 감독이 연출하고,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역을 맡았던 정성화 배우가 영화에서도 안중근 역을 연기했다. 이에 따라 개봉 전부터 뮤지컬 <영웅> 팬들의 큰 기대를 받기도 했다. 뮤지컬 영화이다 보니 개봉 전부터 출연 배우들의 노래 실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 주목받았던 김고은 배우와 박진주 배우 뿐만 아니라, 이현우 배우와 나문희 배우 등 나머지 출연진들도 이번 영화를 통해 노래 실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는 뮤지컬과 마찬가지로 안중근 의사가 단지동맹을 맺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뮤지컬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활한 자작나무 숲이 펼쳐지는 연출은 그동안 뮤지컬에서 무대극의 한계로 인해 느꼈던 갈증을 해소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안중근 의사가 집을 떠나 가족과 헤어지는 장면,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인 조마리아 여사가 편지를 읽는 장면 등이 추가되어 흥미를 더했다. 이토 히로부미의 대사와 넘버, 일본인 재판장의 대사는 일본어로 바뀌면서 집중력을 높여 주었다.

 

뮤지컬 <영웅>을 관람한 경험이 있는 관객은 무대극의 한계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달래고, 영화 버전으로 새롭게 편집된 넘버를 감상할 수 있었다고 호평했다. 반면에 영화를 통해 <영웅>을 처음 접하는 관객의 대부분은 개연성이 다소 떨어지는 일부 장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장면 전환 등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훌륭한 음악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아쉬운 점을 보완했다는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다.

 

영화 <영웅>과 뮤지컬 <영웅> 함께 즐기기

영화 <영웅>은 개봉 전에 OST를 담은 앨범을 발매하며 기대를 모았다. 본 기자 또한 영화를 관람하기 전 OST 앨범을 감상해보았다. 뮤지컬 <영웅>에서 그려졌던 무대 장면을 떠올리며 해당 장면들이 영화에서는 어떻게 표현됐을지 궁금증과 기대감을 가졌다. 영화를 관람하기 전 OST 앨범을 들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음악을 감상하면서 배우들의 노래 실력에 1차로 감탄하고, 영화를 관람하면서 배우들의 연기력에 2차로 감탄하면서 영화가 주는 감동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관람 전후로 뮤지컬을 직접 관람한다면 두 작품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겠지만, 뮤지컬의 높은 티켓 가격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렇다면 유튜브 영상을 통해 뮤지컬 장면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 보기를 권한다. 뮤지컬 <영웅>의 주요 넘버인 ‘단지동맹’, ‘영웅’, ‘누가 죄인인가’ 등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뮤지컬 <영웅>의 아홉 번째 공연에 맞춰 공개된 시츠프로브** 영상을 찾아봐도 좋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와 배우들의 뛰어난 가창력을 간접 체험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시츠프로브(sitzprobe): 오페라나 뮤지컬 공연 전, 배우와 앙상블이 오케스트라와 합을 맞추며 연습하는 것을 일컫는 용어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오리지널 뮤지컬의 영화화가 진행된 만큼, 영화와 뮤지컬을 동시에 관람하며 <영웅>의 감동을 두 배로 느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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