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선택, N포세대가 된 청년들
결혼은 선택, N포세대가 된 청년들
  • 최수민 기자
  • 승인 2023.03.12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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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30대 여성의 초혼 건수가 20대 여성을 넘어섰다. 1990년 20대 여성의 초혼 건수가 30대 여성의 약 18배에 달했던 것을 고려하면 심각한 결과다. 한편 2021년의 평균 초혼 연령은 여성 31.1세, 남성 33.4세를 기록했다. 30년 전에 비해 각각 6.3세, 5.5세가 높아진 것이다. 만혼은 더 이상 생소한 일이 아니게 됐다. 이렇게 초혼 연령이 급격하게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초혼 연령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요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1년 발표한 ‘저출산 현상에 대한 이해와 정책 대응’ 보고서에서, 결혼 적령기 성인 남녀들의 혼인 건수가 줄어드는 요인으로 △불안정한 고용 상황 △여성의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높은 주택 가격 △사교육 과열 등을 제시한다. 경제적 부담은 청년들을 결혼과 멀어지게 만들었다.

 

다음으로는 결혼관에 대한 변화도 크게 작용했다. 과거에는 결혼과 출산이 당연한 삶의 수순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생각이 만연하다. 통계청의 ‘2022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50.0%로 2년 전보다 1.2% 감소했다. 국민 중 절반은 결혼을 안 해도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결혼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 보다 집중하는 젊은 세대의 주체적인 결혼관은 경제적 요인과 함께 초혼 연령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

 

초혼 연령 상승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하게도 출산율이다. 만혼 증가는 자연스럽게 저출산 심화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출산율 0명대를 기록한 심각한 초저출산 국가다. 한국의 2022년 합계 출산율은 0.78명이다. 이는 전년 0.81명에서 0.03명 하락한 수치로 6년 연속 하락세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90년대생이 본격적으로 결혼적령기에 들어간다는 점을 이유로 2022년 연간 출생아가 30만명대를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24만 9,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예상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2040년 1.27로 반등할 것이란 우리 정부의 장래인구추계에 대해, 기획재정부의 의뢰를 받은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그야말로 인구 쇼크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인구절벽의 위기를 맞은 지금, 청년들은 불안의 시대를 살고 있다. 2011년 취업시장 신조어로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뜻의 3포세대가 등장한 바 있다. 이제는 3포세대를 넘어 5포세대, 7포세대, 심지어는 완포세대까지 등장하고 있다. 자조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신조어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포기하는 것이 수도 없이 많은 청년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꿈과 희망을 품고 나아가야 할 청년들은 N포세대가 되었다. 포기가 일상이 된 지금, 위태로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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