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국이 낳은 정직한 화공,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
[르포] 한국이 낳은 정직한 화공,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
  • 강수빈 기자
  • 승인 2023.03.14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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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당신과 아이들이 곁에 있는데 왜 화공 대향이 새로운 예술을 창조하지 못하고 새로운 표현을 찾지 못하겠소. 진정 올바르고 아름다운 것들이 가슴에 가득하오. 빨리 만나서 우리 넷이 같이 건실하게 생활해 봅시다.” – 1953년 6월 15일,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전시 포스터
전시 포스터

오는 4월 23일(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1전시실에서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이 열린다.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에서는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은 작품들과 더불어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들을 통해 예술가 이중섭과 인간 이중섭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전시는 이중섭의 작품을 1940년대와 1950년대로 나눠 선보인다. 1940년대에는 작가가 일본 유학 시기와 원산에 머무를 당시 그린 연필화와 엽서화를, 1950년대에는 제주도·통영·대구·서울 등지에서 그린 은지화와 편지화 등을 전시한다.

 

상상의 동물과 사람들
상상의 동물과 사람들

전시장에 들어서면, 손바닥만 한 그림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이중섭이 1940년부터 1943년까지 훗날 아내가 되는 야마모토 마사코에게 보낸 그림엽서들이다. 9x14cm의 관제엽서 앞면에는 그림을 그리고 뒷면에는 주소를 적었는데, <상상의 동물과 사람들>이 그 첫 번째 엽서다.

 

가족과 첫눈, 두 아이와 물고기와 게, 춤추는 가족
가족과 첫눈, 두 아이와 물고기와 게, 춤추는 가족

이중섭은 한국 전쟁 이후 가족을 소재로 한 그림을 더 많이 그렸다. 가족을 향한 뜨거운 사랑을 작품으로 표현한 것이다. <가족과 첫눈>은 작가가 제주도에서 피란 생활을 하며 그린 것으로 보인다. 1951년 가족과 함께한 서귀포에서의 피란 생활은 가난했지만, 작가의 생애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라고 전해진다. 그 시절을 회상하며 그린 작품이 바로 <두 아이와 물고기와 게>다. 1954년 일본에 있는 큰아들 태현에게 보낸 편지에 동봉된 그림으로, 왼쪽 아래 ‘태현군’이라는 글자와 함께 반으로 접은 자국이 남아 있다. <춤추는 가족>에서는 나체의 가족이 서로 손을 맞잡고 원을 만들어 춤을 추고 있다. 생동감 있는 작품을 통해 일본으로 떠나보낸 가족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작가의 간절한 소망을 느낄 수 있다.

 

부인에게 보낸 편지, 나비와 비둘기, 비둘기와 손
부인에게 보낸 편지, 나비와 비둘기, 비둘기와 손

1952년 생활고로 가족과 헤어진 이중섭은 1955년 말까지 가족에게 꾸준히 그림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1954년 11월경에 보낸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아내를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듬해에 열릴 개인전을 준비하던 이중섭은 본 편지에 가족을 그리는 작가의 모습, 가족이 서로 꼭 껴안고 있는 모습을 그려 넣기도 했다. 더불어 작은아들 태성에게 보낸 <나비와 비둘기>, 큰아들 태현에게 보낸 <비둘기와 손>에서는 아버지 이중섭의 다정함을 엿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이중섭 하면 소와 거친 그림체를 제일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본 전시에서의 작품들은 마치 동화 속 그림 같다. 작품에서 이중섭의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그대로 느껴진다. 특히, 이번 전시는 제주 출신의 배우 고두심이 오디오 가이드를 맡아 짙은 여운을 남긴다. 작가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굳건히 그림을 그려 나갔다.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에서 가족과 예술을 사랑한 이중섭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힘차게 나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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