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당신과 아이들이 곁에 있는데 왜 화공 대향이 새로운 예술을 창조하지 못하고 새로운 표현을 찾지 못하겠소. 진정 올바르고 아름다운 것들이 가슴에 가득하오. 빨리 만나서 우리 넷이 같이 건실하게 생활해 봅시다.” – 1953년 6월 15일,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오는 4월 23일(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1전시실에서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이 열린다.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에서는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은 작품들과 더불어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들을 통해 예술가 이중섭과 인간 이중섭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전시는 이중섭의 작품을 1940년대와 1950년대로 나눠 선보인다. 1940년대에는 작가가 일본 유학 시기와 원산에 머무를 당시 그린 연필화와 엽서화를, 1950년대에는 제주도·통영·대구·서울 등지에서 그린 은지화와 편지화 등을 전시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손바닥만 한 그림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이중섭이 1940년부터 1943년까지 훗날 아내가 되는 야마모토 마사코에게 보낸 그림엽서들이다. 9x14cm의 관제엽서 앞면에는 그림을 그리고 뒷면에는 주소를 적었는데, <상상의 동물과 사람들>이 그 첫 번째 엽서다.
이중섭은 한국 전쟁 이후 가족을 소재로 한 그림을 더 많이 그렸다. 가족을 향한 뜨거운 사랑을 작품으로 표현한 것이다. <가족과 첫눈>은 작가가 제주도에서 피란 생활을 하며 그린 것으로 보인다. 1951년 가족과 함께한 서귀포에서의 피란 생활은 가난했지만, 작가의 생애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라고 전해진다. 그 시절을 회상하며 그린 작품이 바로 <두 아이와 물고기와 게>다. 1954년 일본에 있는 큰아들 태현에게 보낸 편지에 동봉된 그림으로, 왼쪽 아래 ‘태현군’이라는 글자와 함께 반으로 접은 자국이 남아 있다. <춤추는 가족>에서는 나체의 가족이 서로 손을 맞잡고 원을 만들어 춤을 추고 있다. 생동감 있는 작품을 통해 일본으로 떠나보낸 가족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작가의 간절한 소망을 느낄 수 있다.
1952년 생활고로 가족과 헤어진 이중섭은 1955년 말까지 가족에게 꾸준히 그림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1954년 11월경에 보낸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아내를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듬해에 열릴 개인전을 준비하던 이중섭은 본 편지에 가족을 그리는 작가의 모습, 가족이 서로 꼭 껴안고 있는 모습을 그려 넣기도 했다. 더불어 작은아들 태성에게 보낸 <나비와 비둘기>, 큰아들 태현에게 보낸 <비둘기와 손>에서는 아버지 이중섭의 다정함을 엿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이중섭 하면 소와 거친 그림체를 제일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본 전시에서의 작품들은 마치 동화 속 그림 같다. 작품에서 이중섭의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그대로 느껴진다. 특히, 이번 전시는 제주 출신의 배우 고두심이 오디오 가이드를 맡아 짙은 여운을 남긴다. 작가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굳건히 그림을 그려 나갔다.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에서 가족과 예술을 사랑한 이중섭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힘차게 나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