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리셀 시장, 어떻게 성장했나
국내 리셀 시장, 어떻게 성장했나
  • 최수민 기자
  • 승인 2023.03.3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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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리셀이 새로운 재테크로 떠오름과 동시에 문제가 되고 있다. 리셀(resell)은 ‘re-(다시)’와 ‘sell(팔다)’의 합성어로, 한정판이나 명품 등 희소성 있는 제품을 구매한 뒤 웃돈을 얹어 되파는 행위를 뜻한다. 최근 리셀족들을 겨냥한 리셀 플랫폼이 생겨나며 리셀 시장의 규모는 나날이 커져가는 중이다. 네이버 계열사인 리셀 플랫폼 크림(KREAM)의 거래액은 올해 상반기 7,200억원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하지만 재판매를 목적으로 구매하는 리셀러들이 소비자의 편익을 해친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국내 리셀 시장은 MZ세대를 등에 업고 큰 성장세를 이뤘다. 일반적으로 리셀은 구하기 힘든 고가의 명품에 웃돈을 얹어 파는 행위를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명품 뿐만 아니라 스포츠웨어, 스트릿 브랜드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구분 없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기업들이 이를 손 놓고 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나이키는 작년 9월 이용약관에  ‘재판매를 위한 구매 불가’ 항목을 신설하며 리셀을 대대적으로 금지했다. 샤넬 코리아도 재작년 7월부터 A/S를 진행할 때 신분증을 확인하고, 작년 3월부터는 재구매자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고객의 권익을 침해하는 전문 리셀러들을 추려 내겠다는 의도다. 에르메스 코리아 또한 거래 약관에 재판매 관여 금지 조항을 명시하는 등 리셀 중개인에게 제품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명확한 제재 수단이 되어주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규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리셀은 시장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리셀이 국내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성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먼저 MZ세대의 명품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리셀 시장의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또한, 리셀은 높은 수익률에 비해 투자금이 비교적 적고 진입 장벽이 낮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일종의 재테크 방식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여러 이유로 MZ세대의 눈에 들어온 리셀은 명품 시장에서 시작해 쉽게 다른 시장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리셀이 성행하는 것을 비단 MZ세대의 성향 때문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리셀은 제품의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다. 기업에서 내건 ‘한정판’이라는 문구가 리셀 현상을 더욱 촉진시키는 것이다. 리셀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나이키 운동화의 경우, 온라인 응모자들 중 추첨을 통해 구매 자격을 부여하는 ‘럭키드로우’ 방식으로 상품을 판매한다. 이처럼 제한된 판매 수량과 추첨제라는 방식으로 인해 나이키의 한정판 운동화는 품귀현상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마케팅의 일환이었지만, 소비자들은 원하는 제품을 제값에 구매하기 힘들어졌다. 기업의 한정판 마케팅이 리셀을 부추겼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리셀을 해결하기 위해선 소비자층이 리셀테크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정당한 방식으로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리셀의 근본적 발생 원인이 자신에게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리셀 시장, 그리고 이를 통해 몸집을 키워온 많은 기업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더 윤리적인 마케팅 수단을 재고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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