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한 방을 노리는 투자
20대, 한 방을 노리는 투자
  • 김미정 기자
  • 승인 2023.04.05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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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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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리스크 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 투자에 열을 올리는 20대 투자자가 증가하고 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은 위험이 큰 투자를 했을 때,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를 말한다.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으로 2030 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의 41%를, 가상자산시장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2030 세대가 투자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금리와 물가의 상승이다. 미국의 물가가 오르며, 한국은 자금 보호를 목적으로 금리를 올리게 됐다. 한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소득증가폭을 뛰어넘는 물가 상승이 발생했다. 여러 경제적 상황 때문에 많은 이들이 경제난을 겪게 됐고, 특히 20대는 고용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직장에서의 월급만으로 안정적인 자산을 모으기 힘든 20대 청년들에게, 고위험 고수익 투자는 계층 상승을 위한 사다리로 인식되고 있다.

 

빚투(빚을 내서 투자한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한다) 등의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는 노동이나 안정적 투자를 통해 현재 소득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어진 청년 세대가 공격적 투자 패턴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저축과 보험을 해지하고 손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한 방을 노리고자 하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공격적 투자의 결말이 항상 하이리턴일 수는 없다. 감당하기 어려운 투자 빚으로 생활고를 겪게 된 이들이 많다. 청년세대는 경제적 취약계층이 많아 대출을 감행하여 투자했을 경우, 투자에 실패했을 때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몇 년간 모았던 돈을 모두 잃는 것은 물론, 앞으로 경제적 신용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될 확률이 높다.

 

재산상의 피해 뿐만 아니라 정신적 어려움도 함께 겪고 있다. 과도한 투자를 시도했다가 손해를 본 이들은 우울, 불안증세를 보여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2022년 ‘주식 중독’으로 상담을 의뢰한 사례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해 2.8배 증가했다.

 

지난 해 7월 1일 서울회생법원은 “주식, 가상화폐 투자로 잃은 돈을 빚 계산에서 빼겠다”고 밝혔다. 과열된 투자로 인해 2030 세대의 피해가 급증하자 내린 결정이다. 기존에 사업 빚을 탕감했던 방식으로 청년 회생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부채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을 사회로 복귀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투기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 청년들을 회생시키기보다, 과도한 투자를 조장할 수 있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부채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에 대한 책임감 없이 투자 시장만을 과열시킬 수 있다.

 

빠르게 얻은 것은 금방 잃게 될 확률이 높으며, 감당할 수 없는 위험 부담은 자신에게 언젠가 독이 돼 돌아온다. 위험 투자를 통해 고수익을 노리게 되는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청년층의 경제력을 안정시킬 정책이 우선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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