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시간 근무제...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인가
69시간 근무제...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인가
  • 오지웅 수습기자
  • 승인 2023.04.18 12: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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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고용노동부 공식 블로그

최근 근로시간제 개편, 일명 ‘69시간 근무제’가 논란이다. 69시간 근무제는 근로자의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을 보장하고, 근로시간을 유동적으로 분배하기 위해 논의됐다.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많은 노동자와 전문가가 근로시간제 개편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3월 6일, 정부는 근로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도입된 ‘주 52시간제’에 문제가 있다며 근로시간제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재 우리나라 근로시간 제도는 근로시간의 상한선을 주 단위로 놓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현 근로시간 제도가 기업의 근로시간 선택권을 제약하고, 노사의 수요를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입장이다. 특히, 신작을 발표하기 위해 특정 기간 강도 높은 근무를 해야 하는 IT, 패션업계에 주 52시간제는 치명적이다.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연장근로 운영’에 대한 내용이다. 이제까지 연장근로는 주 단위로 계산돼 노사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앞으로는 연장근로시간이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계산된다. 이는 업무량에 따라 근로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저축한 연장근로를 임금 또는 휴가로 선택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근로시간이 개편되면 업무량이 많거나 적을 때 유동적으로 근로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본 개편안이 발표된 후, 여러 시민단체와 전문가 집단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가장 큰 이유는 현실성이다. 우리나라 근로 환경상 악용되지 않고, 근로자의 노동권 및 휴식권을 보장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것이다. 취업 포털 ‘사람인’이 20~39세 회원을 대상으로 ‘근무제도 개편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80.6%가 ‘휴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총 근로시간이 더 길어질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이어 ‘야근 및 초과 근무가 만성화될 것 같아서’가 73.6%를 차지했다.

 

또한, 대체 근무자가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집중근로 이후 장기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어렵다. 휴가를 사용할 경우 보통은 해당자의 업무를 동료가 대신하게 되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집단주의적 사고방식에서 현실성을 갖기 힘들다. 이처럼 개편안의 실효성을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노동자의 건강권 역시 화두에 올랐다. 지난 28일 열린 ‘노동자 건강을 위협하는 근로시간 개편안’ 간담회에서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김형렬 교수는 개편안으로 인한 불규칙적 노동의 확대를 우려했다. 김 교수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유연화는 장시간 노동을 동반한다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 10월 쿠팡 물류센터에서 과로사로 사망한 고(故) 장덕준 씨의 어머니 박미숙 씨 또한 간담회에 참석했다. 고(故) 장덕준 씨는 1년 4개월여 간 야간작업을 했으며, 사망 전 일주일 역시 62시간 고강도 노동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부검 결과, 장 씨의 사망 원인은 초과 노동 및 근육 과다 사용으로 판명 났다. 박 씨는 “아들이 자기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과다 노동의 문제점을 보여줬는데도 현실은 변함이 없다”며 한탄했다.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된 것은 기업의 악용 가능성이다. 특히 포괄임금제와 맞물려 임금은 그대로지만 노동시간은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포괄임금제란 근로계약 체결 시 연장, 야간, 휴일근로 등을 미리 정해 예정된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즉, 실제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시간 외 근로 수당을 계약 체결부터 책정해 지급하는 것이다.

 

지난 6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수도권 지부 IT 위원회’가 게임·IT 업체 111곳을 조사한 결과, 84곳(76%)에서 포괄임금제가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포괄임금제를 채택하고 있는 회사 노동자의 88.1%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IT 위원회는 “정부의 연장근로 개편안은 특정 기간 초장시간 노동을 전 산업으로 확대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69시간 근무제’는 집단주의적 사회 분위기에서의 현실성, 노동자의 건강권, 기업의 악용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근로시간제 개편이 근로자를 위한 움직임인 만큼, 노동자의 권익과 건강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더불어 개편안으로 인해 피해 받는 근로자가 생기지 않도록 법적 장치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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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3-04-18 16:04:11
좋은 정보가 담긴 글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기사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