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 우리에게,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 우리에게,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박은진 수습기자
  • 승인 2023.04.27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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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포스터 / 출처 워터홀컴퍼니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포스터, 출처 워터홀컴퍼니

지난 3월 13일 오전 9시(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본 시상식에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에에올’)가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편집상을 수상하며 7관왕의 영광을 안았다.

 

총 10개의 부문, 11개 후보에 오른 <에에올>은 총 7개 부문을 석권하며 올해 아카데미 최다 수상을 기록했다. 그중 가장 화제가 된 수상 부문은 여우주연상이다. <에에올>의 양자경(미셸 여)이 동양인 최초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다. 또한 아카데미의 전초전으로 알려진 4개의 시상식(골든글로브, BAFTA*, SAG Awards**, 크리틱스 초이스)의 결과가 또 다른 수상 후보인 케이트 블란쳇과 양분돼 있었기에, 수상자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어 더 큰 관심을 끌었다.

*BAFTA: 영국 영화 텔레비전 예술 아카데미 시상식 (British Academy of Film and Television Arts)

**SAG Awards: 미국 배우조합상 (Screen Actors Guild Awards)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양자경의 소감도 화제의 중심이었다. 양자경은 “오늘 밤 나와 같은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 트로피는 희망과 가능성의 불꽃이다. 꿈이 실현된다는 증거다. 큰 꿈을 꾸고, 꿈이 실현된다는 걸 보여 달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 여러분, 그 누구도 여러분의 전성기가 지났다고 말하도록 두지 말라. 포기하지 말라”는 수상 소감으로 영화의 메시지를 상기시켰다.

 

한편 SBS 뉴스에서는 양자경의 아카데미 수상 및 소감을 보도하며, ‘여성(Ladies)’이라는 음성을 삭제해 비판받았다. 해당 수상 소감은 CNN 남성 앵커의 “여성의 전성기는 40대까지”라는 발언이 화제가 된 이후, 여성들을 격려하는 취지였기에 더욱 중요한 대목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SBS 측은 공식 입장 없이 영상을 교체했다. 하루 뒤 왜곡할 의도가 없었다는 의견을 추가로 밝혔으나, 뒤늦은 해명으로 시청자들의 비판은 계속됐다. 미국 타임지・NPR, 영국 NME, CNN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TheStar 등의 외신에서도 이번 SBS 사태를 주목하여 보도했다. 해당 사태를 통해,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보도하는 과정에서조차 여성을 배제하는 우리 사회의 모순적인 모습이 드러났다.

 

<에에올> 대체 어떤 영화이길래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는 <에에올>에 대해 “걸작과 괴작 사이, 열렬한 환호와 갸우뚱한 의문 사이”라고 평하며, “2022년 만날 수 있는 가장 독창적인 작품이라는 데는 이견을 제시하기 어려워 보인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멀티버스를 중심 소재로 삼은 이 영화는 SF, 액션, 코믹, 가족영화인 동시에 소수자에 관한 이야기도 한 데 담았다. 많은 소재가 뒤섞여 있기에 난해하고 다소 정신없는 영화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여론에서는 영화 속 다양한 불안 자체를 중심적인 소재이자 매력으로 여긴다.

 

미국 사회에 살아가는 중국계 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정착하지 못함’의 불안을 가장 먼저 비춘다. 이후 성소수자인 딸 ‘조이’를 통해 ‘인정받지 못함’의 불안을 보여줌과 동시에, 주인공 ‘에블린’과의 갈등을 그리며 상호 이해가 부족한 모녀간의 모습을 조명한다. <에에올>은 이러한 불안을 해소하는 해결책으로 ‘멀티버스 탐험’을 선택한다. 멀티버스 탐험을 통해 현재 삶에서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상황을 체험하며 자아를 탐색한다. <에에올>은 우리에게 모두의 삶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수많은 선택지 사이에서 이룬 지금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다른 이들의 삶 역시 모두 존중 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경쟁 사회의 심화로 타인과 자신을 비교해 남을 깎아내리거나, 스스로를 존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에에올>은 우리 모두가 억겁의 가능성을 뚫고 사랑하는 이들과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 있으며, 이는 더할 나위없이 소중한 일임을 느끼게 해준다. 더불어 배려와 존중의 중요성을 전하며, 사람들 간의 경계를 허물고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선사한다. 나에 대해 의문이 생기고 세상에 회의감이 들 때,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 갖가지 불안 속에서 위로를, 웃음 속에서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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