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근절 대책, 무엇이 바뀌었나?
학교폭력 근절 대책, 무엇이 바뀌었나?
  • 김단비 수습기자
  • 승인 2023.05.01 12: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처 교육부
출처 교육부

드라마 <더 글로리>의 인기와 더불어 정순실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드러나면서,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이에 정부는 지난 12일 학교폭력 대책위원회를 열고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본 대책은 무관용 원칙을 바탕으로 삼는다. 주요 내용은 총 네 가지로, ▲가해 학생 엄벌 ▲피해 학생 최우선으로 보호 ▲학교의 학폭 대응력 제고 ▲학교 현장의 근본적인 변화 추구다. 학교 현장에 ‘학교폭력을 저지르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인식을 심겠다는 것이 한덕수 국무총리의 설명이다.

 

특히 가해 학생에게 내려지는 학교폭력 조치 사항의 학생부 보존 기한이 달라졌다. 가해 학생이 학교폭력 조치 사항을 받았을 경우, 지금까지는 그 기록을 졸업 후 2년간 학생부에 보존했으나 4년으로 연장됐다. 또한 학생부 대입 전형에만 반영했던 조치 사항을 정시 대입 전형에도 반영한다. 2025학년도까지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반영하지만, 2026학년도부터는 모든 대학이 의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의 분리 기간도 3일에서 7일로 연장됐다. 피해 학생이 학교장에게 분리 요청권을 행사하면, 학교장은 출석정지(6호)나 학급교체(7호) 처분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미비점도 존재한다. 정부는 소송 기간에 피해 학생의 진술권과 알 권리를 보장해 법적 대항력을 갖추게 하겠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재판 과정의 신속성을 보강하는 것이 오히려 나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행정 소송이나 심판 이전에 가해 학생이 집행 정지를 신청해 조치가 지연되면, 이 기간에 피해 학생이 2차 가해를 받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의 학폭 대응력을 제고하겠다는 방침은 실제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가해 학생과 학부모의 민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학교폭력 교육 내실화와 학부모 교육 강화에 대한 내용도 너무 추상적이며 기존의 교육과 어떤 점이 다른지 알기 힘들다.

 

이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폭 처분이 학생부에 남고 입시에 영향을 미치면서, 교원들의 지도·처리에 불만을 제기하는 악성 민원과 소송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이러한 현장의 고충을 제대로 보호·해소해 주지 않는다면, 교원들은 위축되고 학교는 정작 중요한 치유와 화해 등 교육적 기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한 “학교 등에 피해 학생 맞춤형 심리상담·의료 및 법률 서비스를 지원한다고 했는데 학교에서 누가 어떻게 할 것인지, 또 다른 담당자를 지정해 오히려 업무 갈등과 추가 부담을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육부가 발표한 대책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대책들의 나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과도한 처벌은 피해 사실의 인지, 반성, 사과, 피해자와의 관계 회복에 대한 노력을 자극하기보다 회피 전략을 부추길 뿐”이라며 법적 절차보다 학교 교육을 통한 자정 작용이 우선돼야 함을 강조했다. 더불어 “학생들의 관계나 정서적 요인을 간과하는 사회문화적 경향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순실 사태를 계기로 급히 대책을 수립했기 때문일까. 이번 대책은 기존 정책에서 숫자만 연장한 단순 탁상공론식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학교폭력 문제에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막연한 대책안 발표는 피해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부담을 안겨줄 뿐이다. 정부가 더 체계적인 후속 대책을 강구하고,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