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는 울고 있다 ②] 바른 소리, 큰글
[한국어는 울고 있다 ②] 바른 소리, 큰글
  • 강수빈 기자
  • 승인 2023.05.03 15: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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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이런 까닭에 어리석은 백성들이 이르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노라. 내 이를 가엽게 여겨 새로 28자를 만드노니, 사람마다 하여금 쉽게 익혀 날마다 쓰는 것이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 『세종실록』 세종 28년(1446) 9월 29일

 

오는 5월 31일(수)까지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전시실에서 특별기획전 <바른 소리, 큰글>이 열린다. <바른 소리, 큰글>에서는 규장각에 소장된 한글 자료를 통해 바른 소리에 대한 조선의 갈망을 느낄 수 있다.

 

본 전시는 ▲훈민정음을 만들다 ▲우리글로 가르치다 ▲우리글로 전하다 ▲우리글로 노래하다 ▲우리글로 살아가다 ▲우리글로 익히다 ▲한글로 거듭나다로 구성된다. 15세기 훈민정음 창제부터 20세기 한글로의 전환까지 우리글의 역사를 통시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훈민정음』, 『용비어천가』, 『윤음언해』

이번 전시에서는 귀중한 한글 자료들을 대거 만나 볼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세종이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 등을 담아 백성들에게 반포한 『훈민정음』과 최초의 한글 문헌 『용비어천가』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윤음언해』는 이러한 세종의 뜻을 받들어, 정조가 1781년에서 1784년 사이에 내린 각종 윤음의 언해를 모아 간행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주로 사적 영역에서 사용되던 한글이 한문과 함께 공적 영역에까지 확장해 나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악장가사』, 『홍길동전』, 『춘향전』, 『박씨전』
『독립신문』, 『국문정리』

고려 시대부터 조선 초기까지의 가사를 모아 엮은 『악장가사』에서는 「청산별곡」의 구절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를 찾아볼 수 있다. 더불어 『홍길동전』, 『춘향전』, 『박씨전』 등 익숙한 고전 소설을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우리글로 섬세하게 표현했음을 알 수 있다. 한자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순한글과 영문으로만 발행한 『독립신문』과 자모 규식 등의 한글 사용법 확립 방안을 다룬 『국문정리』는 우리글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전시장 한 편에는 충남대학교 김차균 명예교수의 『훈민정음 서문』 낭독 시범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훈민정음이 창제됐을 당시의 음운과 성조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 발음법과 달랐다. 낭독을 들으며 옛사람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전시를 주최한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은 정조 즉위년(1776)에 세워진 왕실 도서관 ‘규장각’을 계승한다. 선조들의 기록 전통과 창조 정신을 바탕으로, 국보·보물·세계기록유산 등을 포함해 총 30만여 점의 자료를 보존하고 있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즉 ‘훈민정음’은 우리글로 가르치고 익히려는 선조들의 노력 끝에 비로소 ‘한글’로 불리게 됐다. 우리글을 아끼고 사랑한 선조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이제는 우리가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글의 보존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바른 소리, 큰글>에서 규장각 자료 속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얻고, 한글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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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혜진 2023-05-03 22:40:01
평소 용비어천가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보았지만, 정조의 윤음언해는 기사를 읽고 처음 알게 되었네요. 한글을 만든 건 세종대왕이시지만, 후대에 전달하기까지 노력한 사람은 굉장히 다양하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어요! 기사 덕분에 한글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고 갑니다.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