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열리는 다양성의 가치, 디아스포라영화제
인천에서 열리는 다양성의 가치, 디아스포라영화제
  • 박은진 수습기자
  • 승인 2023.05.22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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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디아스포라영화제’ 포스터 출처 디아스포라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제11회 디아스포라영화제’ 포스터
출처 디아스포라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5월 19일부터 23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과 애관극장에서 디아스포라영화제가 개최된다. 올해 11회를 맞이한 디아스포라영화제는 매년 5월 문화 다양성 주간에 개최되는 비경쟁 영화제다. ‘다름의 관용’을 직접 느낄 수 있는 부대 프로그램과 인기 뮤지션들의 공연, 지역 연계 식음 부스 등이 준비돼 있다.

 

영화제의 주제인 ‘디아스포라(diaspora)’는 특정 민족이 자의나 타의로 기존에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집단을 형성하는 것, 또는 그러한 집단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에는 빠른 속도로 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특정 민족이 아니더라도 난민, 추방, 실향, 이민 등의 이주를 경험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충돌하고 연대하는 다양한 소수자들과 마주한다. 현대의 디아스포라는 ‘이국’의 정취만을 뜻하지 않고, 다양성을 기반으로 ‘공존’의 가능성을 성찰하는 의미로 확장됐다.

 

대부분의 한국 영화제는 지역 정체성과 동떨어져 있다. 그에 반해 디아스포라영화제는 인천의 지역성과 어우러지는 행사다. 차이나타운과 화교학교, 공단의 이주 노동자, 송도의 화이트칼라까지 다양한 집단이 모여 사는 인천은 한국 디아스포라의 상징이다. 단일민족의 신화가 굳건한 국가이기에 한국의 디아스포라는 쉽게 잊혀지곤 한다. 재일조선인과 고려인, 전쟁 실향민과 이산가족, 재독한인간호사와 광부, 예멘 난민, 라이따이한과 코피노까지. 사실 한국도 오래전부터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뤄져 있다. 인천은 한국의 문호를 개방한 이래 이주와 이민의 중심지였기에 이러한 특성이 특히 잘 나타난다.

 

영화제의 상영 프로그램은 △디아스포라 장편 △디아스포라 단편 △디아스포라 인 포커스 △디아스포라의 눈 △시네마 피크닉 총 5개의 섹션으로 나눠져 있다. 상영 비중이 가장 높은 섹션은 디아스포라 현상과 관련해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상영하는 ‘디아스포라 장편’과 ‘디아스포라 단편’이다. 다음으로 디아스포라 인 포커스는 매년 가장 중심이 될 만한 이슈를 깊이 있게 다루는 작품을 상영하는 섹션이다. 지난해 디아스포라영화제가 전쟁 중단과 우크라이나 평화를 기원하는 성명을 발표한 만큼, 올해는 ‘전쟁’을 주제로 삼았다.

 

가장 인기 있는 섹션은 디아스포라의 눈이다. 객원 프로그래머가 선정한 영화를 디아스포라의 개념으로 해석하는 섹션으로 상영 및 토크 프로그램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올해는 전 대한민국 유도 국가대표 안창림 선수와 하미나 작가, 장혜영 국회의원이 객원 프로그래머로 참여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마지막으로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다른 섹션과 달리 시네마 피크닉은 남녀노소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선보인다. 한편 온오프라인 통합 27개국 88편의 작품이 상영되는 이번 영화제는 무료로 진행된다.

 

상영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관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개막식의 축하공연으로 밴드 데이브레이크가 참여해 함께 즐길 수 있다. ‘디아라이브러리’는 휴식 공간인 동시에 디아스포라 관련 추천 도서를 비치해 휴식과 함께 디아스포라 정신을 느낄 수 있다. ‘만국시장’ 플리마켓을 통해 다채로운 상품을 보고 즐길 수 있고, ‘디아드링크’ 부스를 통해 먹거리를 즐기며 포토 부스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외에도 세계 여러 국가의 놀이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디아그라운드’, 개항장과 디아스포라 공간을 즐길 수 있는 ‘개항장 디아유람단’, 도미노 아티스트 릴리 헤베시의 도미노 퍼포먼스 및 워크숍이 준비돼 있다.

 

디아스포라영화제는 아카데미 및 교육 프로그램, 온라인 상영관 등의 방식으로도 관객을 만난다. 이혁상 프로그래머는 “관람객들이 단순한 영화 관람을 넘어 이주민들의 다양한 문화와 정체성을 체험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부대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영화제의 핵심 가치인 ‘다름에 대한 관용’과 ‘공존과 환대’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통신•교통 기술의 발달로 각 나라 간 거리가 가까워지고 지구촌 사회가 형성되며, 우리는 그야말로 한마을에 살고 있다. 다양성이 선택 가치가 아닌 필수 가치로 자리 잡은 만큼, 우리는 서로를 포용하고 함께 사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또한 비주류의 가치를 알고 모두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디아스포라영화제는 다양성의 가치를 나누고 체험하는 현장을 제공한다. 디아스포라영화제에서의 경험은 세상을 이해하고 시야를 확장하는 계기로 남을 것이다. 인천광역시 일대에서 진행되는 디아스포라영화제는 주말 나들이로 방문해 즐기기 좋다. 이해와 포용이 부족한 현대 사회의 피로를 디아스포라영화제에서 풀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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