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도우미, 저출산 문제 풀 수 있을까
외국인 가사도우미, 저출산 문제 풀 수 있을까
  • 김단비 수습기자
  • 승인 2023.06.30 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 해법으로 ‘외국인 가사도우미(가사노동자)’ 정책을 내놨다. 서울시는 시범 사업에 속도를 내는 중이지만, 최저임금과 고용보험, 인권 문제 등 사전에 살펴봐야 할 사항이 많은데도 섣부르게 제도를 도입하려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외국인을 가사 인력으로 고용하는 제도다. 일과 가정이 양립하기 어려운 상황을 저출산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육아 때문에 일과 경력을 포기하는 일이 없게끔 하려는 취지다. 가사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는데, 내국인 종사자의 규모가 줄고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대안을 찾은 것이다.

 

가장 큰 쟁점은 임금이다. 현행법상 비전문 외국 인력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고용허가제를 통해야 한다. 이 경우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2023년 기준 시간당 9,620원)이 적용돼 약 200만 원의 월급을 지급하게 된다. 주 수요층인 30대 여성의 월평균 소득(318만 원)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다. 30대 남성의 월평균 소득(389만 원)에 견주어도 절반을 넘는다.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을 ‘가사 사용인’ 신분으로 고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가사 사용인은 개인 간의 사적 관계로 취급돼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외국 인력에 기대하는 ‘값싼 노동력’을 현실화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조정훈 의원이 제출한 가사근로자법 개정안 역시 가사 사용인 자격을 활용해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월 100만 원 이하로 고용할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는 고용 또는 직업에 있어 국적에 의한 차별대우를 철폐해야 한다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제111호에 반하는 것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지난 8일 “우리가 국제노동기구 협약 비준 국가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차등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저출산 해법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홍콩, 싱가포르, 일본의 사례를 봐도 저출산 극복과 제도 간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찾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노동계와 여성계는 인권 문제를 지적했다. 외국인을 값싼 노동자로 본다는 점에서 인종차별적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사회적 지위와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이 성적 편견에 시달릴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우리 학교 학생 A 씨는 “가사노동자로 한국에 들어와서 다른 목적으로 거주하게 될 수도 있지 않냐”며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어 “외국인을 고용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크다”며, “부모들의 실질적인 요구는 들여다보지 않은 것 같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피상적인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아쉬움도 드러냈다. 학생 B 씨는 “외국인 노동자가 다양한 분야에 동원되고 있는데 가사도우미로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아이를 정 맡길 곳이 없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쓸 것 같다. 조부모 등 다른 가족에게 맡길 수 없거나 한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부연했다.

 

필리핀 국적의 유학생 C 씨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낮게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라. 한국인이 외국에서 최저시급도 못 받고 일해도 괜찮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유학생 D 씨도 “한국인들은 동남아시아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가사도우미에게는 더욱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100명 규모의 시범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올 하반기 도입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도입에 앞서 국내외 수요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에게 안정적인 고용 형태를 보장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다양한 요구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부모들은 가사를 대신할 ‘인력’이 아니라, 가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닐까. 노동 시간을 단축해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사회적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