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로 마음을 표현하는 아이들
자해로 마음을 표현하는 아이들
  • 강미주 기자
  • 승인 2023.07.0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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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7.9%, 고등학생 6.4% ‘자해 경험 있다’ 응답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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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청소년 사망 원인으로 자살이 1위를 차지했다. 2021년에는 자살로 사망한 사람이 인구 10만 명당 2.7명으로, 2000년대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성가족부 청소년 정책분석평가센터에 따른 조사 결과다. 청소년 자살이 오랜 기간 꾸준한 사회문제로 제기된 가운데, 최근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에서는 청소년의 ‘비자살적 자해 행동’에 대한 관심이 높다.

 

2018년 교육부가 전국 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설문조사 결과, ‘자해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전체 중학생 중 7.9%가 ‘자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고등학생은 6.4%를 기록했다.

 

비자살적 자해(non-suicidal self-injury)란 죽고자 하는 의도 없이 직접적이고 고의로 신체를 훼손하는 행위를 말한다. 넓은 의미에서 자해는 자살 목적은 없지만 의도적으로 지속성을 갖고 스스로 상처를 입히는 행위로 해석된다. 따라서 과도한 문신 및 피어싱도 자해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비자살적 자해는 죽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는 점에서 자살과 구분되면서도 자살 행동과 관련이 깊다. 자살 행동과 달리 비자살적 자해는 치사성이 낮고 반복적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반복적 자해 행동을 통해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자살에 대한 공포감에 익숙해지면, 최종적으로는 자살 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

 

청소년은 성인과 달리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보다는 충동성이나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 자해하는 경향이 있다. 자해행위 직후 심리상태 조사 결과에서는 '아무 느낌이 없었다'가 25.7%, '누군가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랬다'가 25.1%, '들키고 싶지 않았다'가 22.2%를 차지했다. 청소년은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나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충동적으로 비자살적 자해 행위를 시도한다. 스트레스를 더 쉽게 받는 신체적 특성에 의한 것일 가능성도 있다.

 

자해하는 집단은 평상시에 긴장도가 높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더 많이 긴장하며, 그것을 해결하는 데도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오윤혜 국립정신건강센터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는 “다수의 동물 연구에서 자해하는 집단은 대조군에 비해 스트레스에 대해 신체의 생리 반응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뚜렷하게 밝혀진 신경생리학적 요인은 없다”고 말했다.

 

청소년 자해 문제는 약물적 치료가 큰 효과가 없다. 병리적 차원이 아니라 발달, 학업, 친구 문제 등 복합적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배승민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해 행동은 연구 대상 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관련 연구가 미진한 편이라 치료방법을 신뢰하기 어렵다”며 “국내에서 개발한 자해 청소년을 위한 치료 프로그램 및 상담 개입 매뉴얼도 비교적 최근인 2018년에 발행됐다”고 말했다. 아직 의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적극적인 개입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아직까지 사람들은 자해라는 행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청소년이 자해함으로써 주변의 관심을 끌려는 사회적인 의도를 비난하고 조롱하기도 한다. 정신적으로 취약한 청소년들이 주변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기 힘들고 부정적인 정서는 더욱 심해질 위험이 있다. 청소년 자해가 자살로 이어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자해 행동을 하나의 정서 표현으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심리상태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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