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웹 예능 전성시대, ‘피식대학-피식쇼’의 백상예술대상 수상
[칼럼] 웹 예능 전성시대, ‘피식대학-피식쇼’의 백상예술대상 수상
  • 박은진 수습기자
  • 승인 2023.07.23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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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식대학-피식쇼'의 백상예술대상 수상 모습, 출처 백상예술대상 공식 유튜브
'피식대학-피식쇼'의 백상예술대상 수상 모습, 출처 백상예술대상 공식 유튜브

4월 28일 개최된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피식대학-피식쇼>(이하 <피식쇼>)가 TV부문 예능 작품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웹 예능 최초로 백상예술대상 후보에 오르고 수상까지 거머쥐면서 변화하는 미디어 업계의 흐름에 이목이 쏠렸다.

 

백상예술대상은 1965년 처음 개최된 시상식으로 TV, 영화, 연극을 아우르는 국내 유일 종합예술시상식이다. 특히 TV 부문은 심사 범위를 계속해서 확대하여 다채로운 후보를 거론하고 있다. 과거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만을 언급했으나 56회부터 OTT 콘텐츠가 포함되었고, 이후 57회에서 OTT 첫 수상작이 나왔다. 올해 개최된 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는 웹 예능까지 수상 범위를 넓히며 <피식쇼>가 웹 예능 첫 후보이자 첫 수상작이 될 수 있었다.

 

<피식쇼>, 도대체 무엇이길래

<피식쇼>는 개그맨 출신 김민수, 이용주, 정재형이 함께 운영하는 스케치 코미디* 채널 ‘피식대학’의 콘텐츠 중 하나다. ‘글로벌 토크쇼’를 표방해 시작한 콘텐츠로 미국 토크쇼 형식을 패러디하고 있다. 출연진은 주로 영어를 사용하는데,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기보다는 특징적인 어투를 모방하며 시청자의 웃음을 자아낸다. 또 분야와 국가의 제한 없이 게스트와 함께한다. BTS의 RM부터 박재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의 배우 크리스 프랫과 감독 제임스 건까지 다양한 인물이 <피식쇼>를 찾았다.

*스케치 코미디: 약 1~10분 길이의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된 단편 코미디

 

<피식쇼>의 인기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낼 수 있다. 첫 번째는 초현실주의(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의 인기이다.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는 기존의 미디어가 반영하지 못했던 세세한 요소까지 표현하며 현실의 결핍을 채우려는 시청자의 심리를 파악하고 공감을 유도한다. 피식쇼는 미국 토크쇼의 형식과 특징을 묘사하며 실제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두 번째는 부캐 콘텐츠의 인기이다. 부캐 콘텐츠는 본연의 삶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 다양하게 자신을 표출하는 것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에게 환영 받고 있다. 마지막은 소재의 확장이다. 연예계 이슈와 인물을 위주로 다루는 TV 콘텐츠와 달리 웹 예능은 크리에이터, 스타 강사 등 트렌드 중심에만 있다면 이를 자유롭게 소재 삼는다. 방송이라는 틀 속에서 실현하기 어려웠던 이러한 요소들을 쉽게 수용하며 웹 예능 콘텐츠는 빠르게 인기를 얻게 됐다.

**초현실주의(하이퍼리얼리즘): 현실과 거의 유사한 상황. 짜여진 틀 안에서 전개하는 콘텐츠와 차이를 보임

 

백상예술대상 예능 작품상 심사 과정에서 <피식쇼>는 심사위원 7인 중 6인의 지지를 받았다. 이에 관해 심사위원 김교석 칼럼니스트는 “수상 결과가 백상 내에서는 급진적인 변화라고도 해석할 수 있지만, 예능 트렌드가 바뀐 건 하루아침에 일어난 현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TV를 벗어난 크리에이터들이 어떤 능력을 갖췄는지 최근 몇 년에 걸쳐 몸소 증명했다. 예능이란 장르에서 코미디는 죽었지만, 방송을 벗어나며 살아났다. 이전과 전혀 다른 코미디를 보여줬다"는 말을 덧붙이며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된다고 입을 모았다.

 

미디어 콘텐츠, 새로운 지향점 필요해

TV 예능의 영향으로 탄생한 웹 예능은 유튜브를 기반으로 성장했고, 또 반대로 TV 예능은 웹 예능을 모방하기 시작하며 상호작용했다. 그렇다면 향후 방송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가장 우선되어야 할 변화는 소재의 다양화다. 변화에 보수적인 방송계에서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증명된 기존의 것을 반복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 토크쇼의 경우 변화가 더욱 절실하다. 현재 살아남은 TV 토크쇼인 <라디오스타>와 <유퀴즈 온 더 블럭>은 이미 연예계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게스트를 방송에서 비추고 있다. 이처럼 신선한 포맷을 가져오려는 흐름은 매우 긍정적이지만, 무조건 웹 예능의 방식을 따르기보다는 TV 콘텐츠만이 가질 수 있는 차별성도 함께 길러야 한다.

 

물론 웹 예능 콘텐츠가 장점만 갖는 것은 아니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웹 예능 콘텐츠는 자유도가 높은 만큼 제한도 어렵다. 수위 높은 표현만이 단기간에 인기를 끌 수 있다는 왜곡된 믿음으로 재미가 아닌 선정성과 폭력성만 강조하는 콘텐츠도 다수 나타났다. 일부 TV 방송계조차 웹 예능의 자극적인 요인을 핵심으로 여기며 콘텐츠의 수위를 높이는 데에 열중했다. 하지만 자극적인 요소는 콘텐츠의 장기적 성공을 보장해주지 못할 뿐더러 여러 방면에서 유해하다. 그렇기에 미디어 매체들은 각 플랫폼의 장점을 수용하며 단점을 극복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더불어 시청자가 미디어 콘텐츠를 수용하는 태도 또한 변화해야 한다. 가짜 뉴스와 자극적인 이야기가 만연하는 웹 콘텐츠는 가이드라인의 부재로 무분별하게 대중에게 제공된다. 이러한 미디어 콘텐츠를 규제하는 방안 역시 필요하지만, 시청자의 주체적 정보 수용 능력이 선행돼야 한다. 소비자 주도적인 미디어 수용은 자신을 지키는 무기인 동시에 콘텐츠 다양성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발생하는 미디어 변화만큼 소비자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다양한 플랫폼의 미디어가 긍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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