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지 말고 빼야 살아남는다 – 식품업계의 제로(Zero) 전성시대
더하지 말고 빼야 살아남는다 – 식품업계의 제로(Zero) 전성시대
  • 최수민 기자
  • 승인 2023.07.3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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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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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로’를 내세우는 제품들이 많아지고 있다.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는 물론, 제로 슈가 쿠키, 제로 글루텐 소면, 심지어 제로 슈가 소주까지 등장하는 지금, 제로 식품은 대체할 수 없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최근 몇 년 동안 식음료 시장에서 ‘제로’가 인기 키워드로 떠오른 것에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존재한다.

 

첫 번째 요인은 바로 소비 트렌드의 변화다. 요즘 소비자들은 헬시 플레져(Healthy Pleasure)를 지향한다. 헬시 플레져란 ‘건강(health)관리가 즐거워진다(pleasure)’는 의미로, 건강 관리에도 즐거움을 부여해 '지속가능한 건강 관리'를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헬시 플레져 트렌드는 코로나 19 팬데믹 등으로 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며 확산됐다.

 

특히 MZ세대의 가치 소비 성향에 힘입어 더 크게 퍼져 나갔다. 제로 식품은 고열량인 설탕으로 냈던 단맛을 인공 감미료로 대체하는데, 이때 제로 식품에 첨가되는 대체당은 극미량만 첨가해도 설탕과 비슷한 강도의 단맛을 내며, 동시에 소화 흡수가 되지 않아 칼로리도 낮다. MZ세대는 건강과 자기 계발을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는 세대다. 가격보다 영양 성분을 따지는 MZ세대 사이에서 기존 식품과 같은 맛을 내지만 칼로리나 당은 거의 없는 제로 식품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요인은 제조업체의 경제적 이득이다. 국제적으로 설탕 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 인공 감미료가 그 대체제로 빛을 발하고 있다. 인공 감미료는 설탕보다 수백 배 더 달기 때문에 설탕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단맛을 낼 수 있어 원가 부담을 덜 수 있다. 업체 입장에서는 원가도 절감하고 소비자의 욕구도 충족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상황이다. 이에 따라 많은 업체들은 너도나도 뒤따라 제로 식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이렇게 식품업계에서 제로 상품은 효자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소비 트렌드와 경제적 이윤이 맞물려 제로 열풍의 식지 않는 인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소비자와 제조사 모두에게 좋아 보이는 제로 식품이지만 마냥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인공 감미료가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그 안전성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로 식품에 쓰이는 대체당의 성분으로 사카린나트륨, 아스파탐, 아세설팜칼륨, 수크랄로스 등이 있는데,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중 아스파탐을 발암물질로 추가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인공감미료가 체중조절에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없고 되레 당뇨나 심장병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반대 의견도 존재하고 그 위험성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인공 감미료가 가진 잠재적 위험성을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제로를 붙였다고 해서 진짜 0인 것은 아니다. 100ml당 4kcal 미만의 미미한 양일 경우 식품위생법상 0kcal로 표기가 가능하다. 따라서 제로 식품이라도 과도한 섭취는 금물이다.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높아져만 가고 있다. 따라서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제로 시장의 성장은 앞으로도 쭉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로 열풍 속에서 0이라는 숫자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소비자의 경각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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