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문화축제를 둘러싼 여러 목소리
퀴어문화축제를 둘러싼 여러 목소리
  • 오지웅 수습기자
  • 승인 2023.08.04 0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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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퀴어문화축제는 2000년 서울에서 시작돼 현재 전국에서 개최되고 있다. 항상 논란이 있던 퀴어문화축제는 올해도 역시 뜨거운 감자다.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와 충돌은 매년 존재했다. 2018년 인천에서 개최된 제1회 퀴어문화축제는 반대 집회 참가자들과 대립했다. 반대 측은 축제 전날 밤부터 행사가 열리는 광장을 무단 점거하고 무대 설치를 막았다. 이외에도 부스 운영을 방해하고 축제 참가자를 밀거나 성희롱하는 등 물리적·언어적 폭행을 가했다.

 

축제를 둘러싼 갈등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지난 6월 17일 동성로에서 열린 대구 퀴어문화축제에서는 공권력 간의 다툼이 일어났다. 대구시는 도로 무단 점거와 이에 따른 버스 노선 혼란을 근거로 축제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어 도로법 제74조(행정대집행의 적용 특례)를 근거로 제시하며 축제 진행을 반대했다. 통행과 안전 확보를 위해 조치가 필요하거나 반복적으로 허가받지 않고 도로를 점용할 경우, 대구시에서 별도의 절차 없이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구경찰청은 “해당 축제는 이미 사전에 신고됐다”며, “집회 신고제의 취지에 따라 별도의 도로 점용 허가가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덧붙여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규정을 내세우며 집회의 자유를 이야기했다. 결국 퀴어문화축제 당일 공무원 500여 명이 축제 차량의 진입을 막았고, 경찰관 1,500여 명이 투입돼 이를 저지하며 충돌이 일어났다.

 

우려 속에서 지난 1일 서울 퀴어문화축제가 을지로에서 개최됐다. 지금까지 서울광장에서 개최됐지만, 올해는 서울시가 광장 이용을 허가하지 않아 장소를 옮긴 것이다. 서울시의 결정에 대해 성소수자 단체는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서울시는 “기독교 단체가 서울광장에서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를 열겠다고 중복으로 신고했다”며, “청소년 관련 행사를 우선하는 시 조례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축제 당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퀴어문화축제 반대 집회도 열렸다. 경찰은 집단 간 충돌에 대비해 50여 개 부대를 현장에 배치하고 행진 사이의 동선을 분리했다. 제24회 서울 퀴어문화축제는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무지개 팔찌 배부, 타투 스티커 부착 등 여러 부스가 운영됐으며, 도심을 가로지르는 퍼레이드와 공연도 진행됐다.

 

1일 이뤄진 축제에서는 가톨릭 성 소수자 모임 ‘안개마을’의 부스도 찾아볼 수 있었다. 안개마을은 버림받지 않기 위해 정체성을 억누르다 좌절하는 성 소수자들이 신앙을 회복하고, 사제들과 신앙 고민을 나눌 수 있도록 고해성사 부스를 운영했다. 이날 예수회, 글라렛선교수도회, 일반 교구 사제 4명이 안개 마을의 협력사제로서 신앙인 성 소수자들에게 성사를 베풀었다.

 

매년 퀴어문화축제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과 반대가 있었으며, 올해는 유례없는 공권력 간의 충돌도 일어났다. 건강한 축제 문화를 위해 법과 제도가 개편되고 공권력과 공권력, 시민과 시민 간의 원활하고 상호 존중하는 토의 문화가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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