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At CMC] 떠오르는 의사과학자… “관심 있다면 충분히 도전할 만해”, 정연준 가톨릭대 의과대학 학장 인터뷰 - [2부]
[People At CMC] 떠오르는 의사과학자… “관심 있다면 충분히 도전할 만해”, 정연준 가톨릭대 의과대학 학장 인터뷰 - [2부]
  • 유주영 수습기자
  • 승인 2023.08.04 0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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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 사태 이후, 의사과학자(Physician-Scientist)가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도 정부와 대학 차원에서 의사과학자 지원과 양성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그러나 실제 의과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의사과학자는 아직 멀게만 느껴진다. 의사과학자란 무엇이고 전망이 어떠할지, 우리 대학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지, 그리고 학생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아보기 위해 CMC(가톨릭중앙의료원) 선배님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1부에서는 의사과학자를 둘러싼 국내외 상황과 이에 대한 정연준 학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이번 2부에서는 의사과학자와 관련해 정연준 학장과 인터뷰를 진행하고자 한다.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30회 졸업생이자 지금 의과대학에서 학장을 맡고 있는 정연준입니다. 미생물학 교실에서 유전자 분석을 활용한 정밀의학의 차원에서 만성질환, 감염병 등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 해당 진로를 선택하신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기초의학 분야에 나아가게 된 것은 특별한 사명감을 가졌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미지의 의학 연구를 하는 것에 흥미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본과 3학년 때 임상실습을 돌며 나 자신을 돌아봤습니다. 당시 내성적인 학생이었기에 임상에서 너무 많은 사람을 볼 자신이 없었고 임상보다는 기초 의학을 했을 때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초의학 쪽으로 진로를 설정했습니다.

 

| 근래 의사과학자가 화두에 오르고 있는데, 학생들이 의사과학자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사과학자라는 직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만, 막상 도전을 하자니 정보도 적고 방법도 잘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기에 도전을 망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학 연구에 관심이 있고 새로운 걸 밝히는 게 재미있는 학생들은 두려움 없이 도전해볼 만한 제도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흥미가 있다면 망설임 없이 도전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정도로 의사과학자가 학생들에게 득이 되는 진로라고 생각하시나요?

득이 있다기보다는 실이 별로 없습니다. 이게 굉장한 큰 장점입니다. 최근 전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전부 의과대학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저는 그 이유가 의사는 다른 직업에 비해 선택지가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과학자들은 연구가 적성에 맞지 않거나 연구 분야에 대한 수요가 적어질 때 돌아갈 곳이 적습니다. 예를 들어 기계공학 관련 연구를 했는데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아 연구를 그만두면 다시 취업할 수 있는 분야가 한정적입니다. 반면, 의사의 경우 과학자로서 능력이 부족하거나 적성이 맞지 않다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의사로 돌아가면 됩니다. 도전에 있어 굉장한 이점이 있는 것입니다.

 

| 연구를 하다가 임상의사의 길로 돌아간다면 학생에게 있어 손해가 되지는 않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의사의 길은 굉장히 긴 길입니다. 처음 1~2년 먼저 인턴을 하고 전문의를 따는 것이 장기적으로 자신의 수입이나 생활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또한 임상에 나간다 하더라도 이전의 연구 경험이 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전공의가 되어 전문의 자격을 따고 싶다 해도 연구 업적이 없으면 전문의 시험에 지원할 자격 자체가 안됩니다. 그런데 그 전까지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은 시험을 앞두고 막 학원 다니고 연구 결과 분석하고 통계내는 업체 알아보고 해야 합니다. 전에 의사과학자 트랙을 밟은 사람은 연구에 대한 도구와 자세를 배웠으니 당연히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최근 우리 CMC를 비롯해 많은 3차 병원에서 교수들에게 계속해 연구 업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따로 연구하는 법을 교육받지 않아 교수가 된 다음 연구 기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근데 소위 ‘바이탈과*’는 환자 보는 것만 해도 숨도 못 쉴 정도로 바쁘니 연구 방법론을 배우지 못하는 것입니다. 만일 의사과학자로서 이미 연구에 대한 트레이닝을 받고 온다면 승진요건 충족이나 연구비 지원 등에 있어 훨씬 유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연구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 될 테니 말입니다.

*바이탈과: 사람 목숨을 직접 다뤄 생명과 직결되는 과.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신경외과∙흉부외과 등의 과를 이른다.

 

| 정부 차원에선 의사과학자와 관련하여 어떠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나요?

의사과학자라고 하는 직업과 관련된 제도적・법적 준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기기사, 정비 기능사처럼 어떠한 직업군이 국가에 정의돼 있어야 이와 관련된 제도나 지원 등이 잘 이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 의사과학자라는 직업군은 분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 기초의사과학자, 임상의사과학자라는 직업군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지원이 준비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그러한 직업군이 기존의 의사와 어떠한 차이가 있나요?

기초의사과학자는 기존의 기초 의학교실에서 일하시는 의사 분들과 큰 차이가 없지만, 임상의사과학자는 기존의 임상 의사와 차이가 큽니다. 지금도 CMC 같은 기관에서는 연구를 해야 진급이 가능한데, 개별 교수님들의 연구 차원의 퍼포먼스는 그 편차가 큽니다. 지금 교수님들은 연구 트레이닝을 체계적으로 받지 않았고 스스로 공부하셨기에 개별 차이가 큰 것입니다. 반면 임상에 일정 수준의 체계적인 연구 트레이닝을 받은 의사과학자들이 나오게 되면 자신은 물론 주변 분한테도 연구법을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의과대학에서 일정 수준의 의학 지식을 배운 의사들이 꾸준히 배출되듯이 일정 수준의 연구 지식을 배운 의사들이 꾸준히 배출될 것입니다.

 

| 연구에 관심 있는 의과대학 학생들에게 조언해주자면?

상대적으로 유망한 분야나 인기 있는 분야에 집중하기보다는 자기가 흥미를 가지고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해 탐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연구 분야를 정한 뒤 자문교수님이나 학사지원팀을 통해 해당 분야 연구를 하시는 교수님을 여쭤보면 학교 측에서 찾아 연결해줄 수 있습니다.

 

또한 굳이 실험을 하지 않더라도 자료를 찾고 정리하는 것이 충분히 연구가 될 수 있습니다. 조사를 하고 기승전결을 맞춰 주제에 대한 정보를 발표하면 그게 곧 연구입니다. 실제 이렇게 조사한 내용을 성의학술대회** 등에 발표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한 연구방법론 등의 궁금한 사항을 셀이나 지도교수님, 학사지원팀에 물어보면 알려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 있으니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습니다.

**성의학술대회: 공식명칭은 가톨릭대학교 학생학술발표대회. 의과대학 재학생들이 지도교수님의 연구실에서 관심있는 학술적 주제에 대해 연구한 성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대회이다.

 

|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의과대학에 지원을 했을 때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지 계속 생각하고 마음 속에 새기면서 즐겁게 학교생활을 즐기면 좋겠습니다. 지식의 양이 늘어나고 바쁜 건 사실이지만 의사가 되겠다는 기본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관심사를 연구해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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