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군대 가혹행위… 되풀이되는 이유는
끊이지 않는 군대 가혹행위… 되풀이되는 이유는
  • 김단비 수습기자
  • 승인 2023.08.16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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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넷플릭스 코리아
출처 넷플릭스 코리아

매년 반복적으로 보도되는 뉴스가 있다. 바로 군대 가혹행위에 대한 뉴스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의 시즌 2가 공개되면서 가혹행위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가혹행위의 종류는 다양하다. PX, 사이버 지식 정보방 등의 시설 이용을 막거나 화장실 사용을 금지하는 등 행동을 통제한다. 다수의 선임병이 한 명을 두고 욕설을 퍼붓는 언어폭력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물리적 폭력도 셀 수 없다. 구타는 물론이고 벌레, 오물을 먹으라고 시키거나 잠버릇이 나쁘다는 이유로 며칠 밤낮을 못 자게 하기도 한다. 성범죄는 성별과 무관하게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2013년 김 일병 자살 사건, 2014년 제 22·28보병사단 사건, 2021년에는 공군 부사관 사건 등이 일어나면서 가혹행위의 참상이 드러났다. 이 밖에도 수많은 병사들이 가혹행위로 인해 자살하거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가혹행위로부터 군인들을 보호하고 군 내 인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8년에는 군인권센터가 창설됐고, 2022년에는 군인권보호관이 출범했다. 특히 군인권보호관은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을 통해 설치된 것으로, 국가에서 군인권보호를 위해 직접 마련한 대응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올해만 해도 지난 5월 공군 일병이 “가혹행위 때문에 힘들다”며 자살 시도를 했고, GOP 신병이 작년 말부터 선임들의 폭언에 시달려 정신과에 입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연간 센터에 접수되는 상담 건수는 2천여 건에 이른다. 그러나 정식 사건으로 이어지거나 법적 대응에 이르는 경우는 매우 적다. 군이 피해자에게 불리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먼저 피해자와 가해자가 분리되지 않아 신고 자체가 어렵다. 피해자가 문제를 공론화하고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하려고 해도, 피해자가 특정되어 보복성 가혹행위를 당할 수 있다. 운 좋게 신고했다 하더라도, 사건을 은폐·축소하기 위해 조사를 불성실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미흡한 조사로 인해 가혹행위의 실상은 밝혀지지 않고, 피해자는 결국 ‘부대 분위기를 망쳤다’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군 생활 내내 괴롭힘에 시달려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군대의 폐쇄적 특성이다. 보안을 중시하는 군 특성상 내부에서 일어난 일이 외부로 알려지기 어렵다. 사건이 발생하면 자체적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하다 보니 불합리한 사고방식이 그대로 대물림된다. 뿌리 깊은 계급주의도 한몫 한다. 군대에서 계급은 위계질서를 통해 전시상황에서의 기강을 확립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지만, 선임병이 후임병을 마음껏 다룰 수 있는 구실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가혹행위가 선임병이 후임병을 대상으로 자행된다.

 

우리 학교 학생 A 씨는 “군대에 다녀온 남학우들이라면 한 번쯤 보거나 들었을 것”이라며 가혹행위에 대한 경험을 토로했다. “이병 때 선임에게 머리를 구타당하고 심한 욕설을 들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며, “선임이 전역하고 나서야 벗어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B 씨는 “가혹행위를 목격해도 쉽게 도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돕는 순간 타깃이 나로 바뀐다”며, “위에서부터 바뀌어야 한다. 간부들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나서야 분위기가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A 씨의 경험에도 드러나 있듯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리되지 않으면 가혹행위는 멈추지 않는다. 부대 차원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 더불어 폐쇄적인 군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불필요한 권위주의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훈련에 충실해야 할 때를 제외하고는 통신의 자유(휴대전화 사용 등)를 보장하여 외부와 단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혹행위를 해결하려는 국가의 의지다.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태도만으로도 가혹행위 근절을 앞당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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