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과자 미세플라스틱 논란... 규정안 마련 시급해
인기 과자 미세플라스틱 논란... 규정안 마련 시급해
  • 오지웅 기자
  • 승인 2023.09.1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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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의 ‘새우깡’,   빙그레의 ‘꽃게랑’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국민 과자다. 하지만 지난 7월, 두 과자에서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한국분석과학연구소의 검사 결과, 과자 1g당 새우깡은 13개, 꽃게랑은 21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1일 섭취량의 70배에 달하는 양이다.

 

국제 표준화 기구(ISO)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이란 지름 또는 길이가 1마이크로미터(μm) 이상, 5mm 미만인 물에 녹지 않는 고체 플라스틱 입자를 의미한다. 주로 생활 쓰레기나 산업 폐기물이 강과 하수관을 통해 바다로 흘러가 생성된다. 또한 어업 폐기물과 빨래할 때 옷감에서 나오는 합성섬유도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원인이 된다. 세탁기의 경우 한 번 돌릴 때마다 길이 1mm 이하의 미세플라스틱 섬유가 약 70만 개 배출된다.

 

바다로 흘러간 미세플라스틱을 해양생물이 먹고, 그 해양생물은 다시 우리 식탁으로 올라온다. 미세플라스틱이 해산물에서 많이 검출된다는 우려 속에 갑각류를 원재료로 하는 과자에서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 공인된 표준 분석 방법이 없으며,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유해성 연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미세플라스틱 검출 원인이 단순히 갑각류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과자를 만들 때 사용하는 물이나 포장재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분석을 진행한 한국분석과학연구소의 정재학 소장은 “다량 검출된 폴리프로필렌과 폴리에틸렌은 해양에서 많이 발견될 뿐 아니라, 포장 재질에도 많이 쓰는 플라스틱”이라고 이야기했다.

 

2022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플라스틱 흡입 노출 관련 보고서에서 10μm 이하의 미세플라스틱은 생물학적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있으며, 위장·장기·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시에 분석 데이터가 매우 제한적이고, 미세플라스틱의 독성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명확한 증거는 불충분하다고 발표했다.

 

미세플라스틱의 유해성은 뚜렷하지 않지만, 미세플라스틱이 심장과 태아에게서도 발견됐다는 기사가 보도되며 소비자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표준 기준안과 유해성 연구, 규제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유럽연합 국가들은 세탁 중에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세탁기 필터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1월 30일 의회에서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2025년부터 판매하는 세탁기에 미세플라스틱 합성섬유 필터를 의무적으로 탑재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3월 15일 ‘미세플라스틱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한국분석과학연구소 정재학 소장은 “미세 플라스틱 오염이 현재 인간이나 환경에 광범위한 위험을 초래하진 않지만, 우려할 만한 타당한 근거가 있으므로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6월 5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외 12명이 ‘미세플라스틱 저감 및 관리를 위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발의된 특별법안에는 ▲미세플라스틱 정의 명시 규정 ▲미세플라스틱 안전기준 이상 포함된 제품 판매·제조·수입 금지 ▲폐기물 배출 시 미세플라스틱 유출 방지 및 처리·수거 책임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국민건강과 생태계를 위해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규제와 연구, 모니터링은 필수적이다. 국내외로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주의와 움직임이 활발한 지금,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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