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칼럼] 마음이 편안해지는 지혜
[철학칼럼] 마음이 편안해지는 지혜
  • 최수민 기자
  • 승인 2023.09.14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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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철학이 우리에게 주는 깨달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현대에 들어 여유를 찾아보기 힘든 개인들이 많다. 특히 한국인은 근성으로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냈지만, 그 이면에는 ‘우울증 공화국’의 모습이 있다.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우리 사회의 풍조는 마음의 빈곤을 만들었다. 책임지고 견뎌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우리에게 마음의 여유란 머나먼 이야기다. 우울증 환자 백만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복잡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을 수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불교 철학의 지혜를 들여다보면 그 해답이 조금은 보일지도 모른다.

 

옛날 동국의 원효 법사와 의상 법사는 스승을 찾아 당나라로 향하던 길에 동굴속에서 밤을 보내게 됐다. 밤중에 목이 말랐던 원효는 마침 옆에 고여 있는 물을 손으로 떠서 마셨는데, 물은 시원했고 맛도 좋았다. 그런데 다음날 보니 그것은 맑은 물이 아니라 썩은 해골물이었다. 원효는 이를 보고 구토를 참을 수 없었지만, 그 순간 깨달음을 얻는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단지 나의 마음이고, 모든 대상은 단지 의식’이라는 원효의 유명한 발언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원효대사가 마신 해골물은 바뀌지 않았다. 원효가 밤중에 시원하게 들이킨 해골물과, 일어나서 구토를 참을 수 없었던 해골물은 같은 물이다. 물은 같은 자리에, 같은 상태로 존재했지만, 원효의 마음만은 변화했다. 원효가 느낀 시원함과 토악질 모두 마음의 작용에서 유래한 것으로, 마음 바깥의 사태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원효가 얻은 깨달음의 핵심이다.

 

원효대사의 해골물 이야기에서 알 수 있는 불교의 핵심 개념은 바로 ‘공’이다. 원효가 느꼈던 ‘시원함’과 ‘구토’라는 두 감정 모두 공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 때 공하다는 말은 무엇이 없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무의미하다는 뜻이라고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감정들은 우리의 마음이 구성한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실체적인 의미를 갖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고난에서 우리는 쉽게 우울에 빠진다. 하지만 우울을 야기시키는 대상 자체에 우울함이라는 감정이 내재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원효가 말했듯 어떤 대상에 대해 아름답다 혹은 추하다 여기는 나의 마음만 존재할 뿐, 그 대상에게는 아름다움과 추함이 있지 않다. 우리가 느끼는 고통은 결국 우리의 마음 속에서 생겨난다.

 

불교에서는 ‘모든 고통의 원인이 집착’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모든 집착을 제거해 고통이 소멸된 열반의 경지를 지향한다. 원효의 이야기는 결국 집착에서 벗어나는 깨달음과 연결되고 있다. 이러한 불교의 가르침은 현대인에게 자신이 집착의 연속 속에 살아가고 있음을 자각하게 해준다.

 

“후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대사다. 앞서 말한 불교의 가르침과도 굉장히 닮아 있다. 고정된 것 하나 없이 모든 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한 순간의 감정에만 매몰되지 말고 주어진 현재를 살아가는 것. 불교 철학이 주는 가장 중요한 메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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