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연뮤] 인간을 향한 신과 악마의 저울질, 연극 ‘파우스트’
[이달의 연뮤] 인간을 향한 신과 악마의 저울질, 연극 ‘파우스트’
  • 최서현 기자
  • 승인 2023.09.21 12: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극을 통해 살펴본 ‘파우스트’의 메시지
연극 ‘파우스트’ 포스터 (출처 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연극 ‘파우스트’ 포스터 (출처 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파우스트’가 양정웅 연출가의 손을 거쳐 연극으로 재탄생했다. 양정웅 연출가는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등의 고전 작품을 감각적인 연극으로 재구성해 왔다. “연극을 통해 고전 작품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는 것이 소명”이라고 밝힌 그는, 줄곧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연출해 오다 괴테의 역작 ‘파우스트’에 도전했다. 연극 ‘파우스트’는 3월 31일부터 4월 29일 LG아트센터 시그니처홀에서 공연됐으며, 객석 매표율 약 98%를 기록하며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파우스트’는 무대 뒤 대형 LED 패널을 활용한 연출로 주목받았다. 신과 악마의 공간을 다양한 그래픽 영상으로 표현했고, 그레첸의 방 속 장면은 무대 밖 공간이라는 점을 드러냈다. 무대 위 배우가 영상 속 배우와 대화하며 마치 영상통화를 하는 듯한 연출을 보여주기도 했다. 무대공간을 넘나드는 연출로 무대극의 한계를 극복함과 더불어, 이은결 일루셔니스트의 도움을 받아 연기에 마술을 결합해 여러 재미 요소를 더했다.

 

‘파우스트’는 비극 제1부만을 다루고 있다. 평생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탐구하고 통달한 파우스트는 삶의 진리에 답을 내리지 못하고 깊은 회의감에 빠져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든다. 이때 악마 메피스토가 과연 인간이 악마의 유혹 속에서도 방황하지 않는지 신과 내기하며, 검은 개로 변신해 파우스트에게 접근한다. 결국 파우스트는 악마의 꾐에 넘어가 마법의 약을 마시고 젊음을 얻는다. 젊음을 얻은 파우스트는 그레첸에게 한눈에 반하게 되고 악마 메피스토의 능력을 빌려 구애에 성공한다.

 

하지만 파우스트와 그레첸은 본격적으로 비극을 맞이하기 시작한다. 메피스토의 음모로 인해 파우스트는 그레첸의 오빠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레첸은 실수로 자신의 어머니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파우스트 사이에서 낳은 사생아 또한 우물에 빠트려 죽이고 만다. 결국 파우스트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도망 다니고, 사형을 당하게 된 그레첸은 죄책감으로 절망에 빠져 이성을 잃는다. 그레첸은 사형 직전 파우스트의 탈출 제안을 뿌리치며 스스로 죗값을 치르기 위해 죽음을 맞이하지만, 사형 직후 그녀의 영혼은 신에 의해 구원받으며 비극 제1부는 끝이 난다.

 

연극의 원작인 ‘파우스트’는 독일 문학의 거장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60여 년에 걸쳐 완성한 장편 희곡이다. 독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며 음악, 연극, 회화 등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괴테의 생애 모든 체험이 집약돼 그의 철학과 신념이 담긴 작품으로 평가된다. 젊음을 얻은 파우스트와 그를 만난 뒤 망가져 버린 그레첸의 모습을 통해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더 나아가, 사형 집행을 피해 탈출하자는 파우스트의 제안을 뿌리치고, 자신의 죄를 인정하며 죗값을 치르기 위해 죽음을 맞이하는 그레첸의 모습을 그리면서, 방황하는 인간이라 하더라도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그 끝엔 구원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파우스트’가 전달하려는 인간상이 무엇인지 명쾌한 답을 찾기는 힘들다. 여러 종교나 사상과 엮여 다양한 관점에서 설명되고 있을 뿐이며, 끊임없는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파우스트’를 감상하는 우리에게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스스로 질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인간의 방황과 신의 구원, 욕망과 사랑, 선과 악 등 끊임없는 성찰을 하게 만드는 작품, ‘파우스트’다.

 

연극 ‘파우스트’의 주요 장면들은 LG아트센터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희곡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통해 ‘파우스트’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