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과 월드컵을 OTT로... 보편적 시청권 논의 필요해
올림픽과 월드컵을 OTT로... 보편적 시청권 논의 필요해
  • 오지웅 기자
  • 승인 2023.09.2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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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 대 AT 마드리드, 최근 이강인 선수가 이적한 PSG의 경기는 축구 팬들 사이에서 장안의 화제였다. 두 경기는 모두 쿠팡 플레이에서 독점 중계됐다. 쿠팡 플레이는 여러 스포츠 경기의 독점 중계권을 따내며 가입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쿠팡 플레이는 올해 1월 SK텔레콤의 웨이브를 제치고 토종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OTT) 업계 2위에 올랐다. 그리고 7월 기준 월간 실이용자 수 519만 명을 기록하며 1위인 522만 명의 티빙을 추격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쿠팡 상승세의 비결로 ‘스포츠 중계권’을 들고 있다.

 

고정적 시청자를 확보하고 남성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스포츠 중계권을 이용하는 전략은 이미 해외 OTT 시장에서 입증됐다. 아마존프라임비디오는 미식축구 경기인 NFL의 중계권을 확보했다. 또한 애플TV는 올해부터 10년간 미국 프로축구인 MLS를 독점 생중계한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OTT 기업의 스포츠 중계권 거래 시장 진입은 점점 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으로 인해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보편적 시청권이란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체육 경기와 그 밖의 주요 행사 등에 대한 방송을 일반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권리다. 보편적 시청권의 개념은 시청자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케이블 채널이 중계권을 독점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2007년 방송법 개정을 통해 법제화됐다.

 

쿠팡 플레이는 지난 2020년 도쿄 올림픽의 온라인 ‘독점’ 중계권 확보를 위해 지상파 3사에 400억~500억 원의 거액을 제시했다. 하지만 쿠팡 플레이는 유료 가입자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해 중계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쿠팡 플레이는 올림픽 온라인 중계권 경쟁에서 물러났다.

 

과거 쿠팡 플레이의 올림픽 독점 중계권 논란은 OTT의 보편적 시청권 논의에 힘을 실었다. 현행법상 보편적 시청권 보장 의무는 방송 채널에만 해당한다. 유료 서비스인 OTT가 국민관심행사의 중계권을 독점하는 것이 문제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보편적 시청권을 OTT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OTT에 무작정 보편적 시청권의 영향을 미치게 할 수 없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국민관심행사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 선수가 출전하는 해외 축구 경기를 국민관심행사에 포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 그 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국민관심행사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경우 기업의 재산권과 시장 경쟁을 제한할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방통위는 “OTT 등이 국민관심행사에 대한 온라인 중계를 독점하더라도 대다수 국민은 다른 방송 수단을 통해 시청할 수 있다”며, “아직 온라인 중계를 보편적 시청권 적용 대상에 포함하여 규제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현재 방통위는 동일 서비스·동일 규제를 원칙으로 관리하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기존 미디어와 뉴 미디어를 포괄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지상파 방송의 중계권 협상력은 약해지고 OTT의 스포츠 중계권 협상력이 강해지고 있다. 또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도 다양해지면서 방송 생태계는 크게 변화하고 있다. 유료 플랫폼의 스포츠 독점 중계권과 보편적 시청권 사이의 정교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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