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연뮤] “우린 누구의 인생을 산 걸까?”, 뮤지컬 '수레바퀴 아래서'
[이달의 연뮤] “우린 누구의 인생을 산 걸까?”, 뮤지컬 '수레바퀴 아래서'
  • 최서현 기자
  • 승인 2023.09.26 13: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달의 연뮤’는 대학생의 다채로운 문화생활을 위해 매달 한 편의 연극이나 뮤지컬 작품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뮤지컬 '수레바퀴 아래서' 포스터(출처 네버엔딩플레이)
뮤지컬 '수레바퀴 아래서' 포스터(출처 네버엔딩플레이)

이러한 헤세의 삶은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의 모습에 잘 투영돼 있다. 한스는 부모의 명예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성공을 강요 받으며 살아간다. 신학교에 입학한 뒤 치열한 성적 경쟁에 치여 무너질 때도 위로는 커녕, 오히려 거대한 수레바퀴 아래 깔리지 말라며 더 가혹한 통제를 당한다. 뮤지컬 <수레바퀴 아래서> 또한 원작 소설과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원작에 담긴 한스가 죽고 마는 비극적인 결말은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권위적인 가정 환경에서 자라난 모범생 소년 한스는 마을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마울브론의 신학교에 2등으로 입학한다. 항상 전통과 예의, 성공을 강요 받던 삶을 살아오던 한스는 신학교에서 자유분방한 시인 소년 하일러를 만나게 된다. 한스는 하일러와의 만남을 계기로 당연하게만 느껴졌던 통제에 압박을 느끼기 시작한다. 신학교 담 너머의 세계를 상상해보며 하일러를 따라 시를 써보기도 하고,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해방감을 느끼기도 한다.

 

뮤지컬 '수레바퀴 아래서' 공연사진 (출처 네버엔딩플레이 공식 인스타그램)
뮤지컬 '수레바퀴 아래서' 공연사진 (출처 네버엔딩플레이 공식 인스타그램)

이러한 인물들 간의 감정 변화는 뮤지컬 넘버 속 가사에 섬세하게 담겼다. 하일러를 만나게 된 뒤, ‘해방감’을 처음 느껴보며 답답한 허물을 벗어 던지는 한스의 모습은 열한 번째 넘버 ‘까라고 해’로 표현됐다. 하일러와 함께 “까라고 해!”라고 외치며 자유로운 삶에 한 발짝 다가선다. 답답했던 신학교의 삶에 적응하지 못한 자유분방한 시인 하일러는 결국 신학교를 뛰쳐나가고 마는데, 이때 한스와 하일러의 감정이 열일곱 번째 넘버 ‘새장을 벗어나’에 담겼다. 스스로에게 큰 깨달음을 준 친구이자, 신학교 내 유일한 친구를 잃은 한스의 외로움과 절망감이 자유를 찾아 새장을 벗어나고자 하는 갈증의 외침이 되어 묻어났다.

 

뮤지컬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목할 만한 점은 원작 소설과의 유기성, 뮤지컬 넘버의 섬세한 가사 표현 외에도 ‘젠더 프리 캐스팅’ 작품이라는 것이다. 젠더 프리 캐스팅이란 작품 속 등장인물의 성별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배역을 캐스팅한다는 뜻의 뮤지컬 용어다. 남성 인물을 여성 배우가 연기하기도 하고, 그 반대로 여성 인물을 남성 배우가 연기하기도 한다. 남성 인물인 한스와 하일러는 뮤지컬 작품 안에서도 남성 인물로 그대로 표현하되, 각각 여성 배우가 배역을 맡아 연기했다. 젠더 프리 캐스팅은 자칫 잘못하면 작품의 몰입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수레바퀴 아래서>는 성공적인 젠더 프리 캐스팅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꿈과 목표를 잃은 채 무기력하게 한스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에서 잠깐이나마 벗어나, 뮤지컬 <수레바퀴 아래서>를 통해 자유분방한 인물 하일러와 만나보자. 바쁜 삶을 살아가는 와중에도 하늘을 바라보며 구름을 향해 시를 써볼 수 있는 여유를 하일러에게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뮤지컬 <수레바퀴 아래서>가 우리에게 시사하고 있는 담장 너머의 삶, 쓸데없는 생각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자유를 느껴보자. 뮤지컬 <수레바퀴 아래서>의 넘버를 포함한 다양한 콘텐츠들은 제작사 ‘네버엔딩플레이’의 유튜브 채널에서 만나볼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