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신용품 관심 급증, 잘못 썼다간 큰일 나
호신용품 관심 급증, 잘못 썼다간 큰일 나
  • 김단비 기자
  • 승인 2023.10.0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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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방위법 개정 이루어질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여름 흉기 난동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자 호신용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네이버 쇼핑 트렌드에 따르면 7월 21일(신림역), 8월 3일(서현역)을 기준으로 호신용품 검색량이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수요가 늘긴 했지만 이렇게 많았던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전례와 달리 수요가 대폭 증가한 이유는 이번 흉기 난동 사건의 특징과 연관이 있다. 신림역 사건과 서현역 사건은 지하철 역 인근과 백화점에서 벌어졌고,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모방 범죄 역시 학교나 교회에서 일어났다. 유동 인구가 많은 곳, 교육·종교 시설은 안전할 것이라는 인식이 깨진 것이다. 범행 시각도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누구라도 피해 입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호신용품을 찾고 있다.

 

5월 30일부터 8월 30일까지의 ‘호신용품’ 검색량.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조회할 수 있는 기간 중 최고치에 달한다.
5월 30일부터 8월 30일까지의 ‘호신용품’ 검색량.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조회할 수 있는 기간 중 최고치에 달한다.

일부 판매처에서는 삼단봉이나 방범 조끼 등이 품절될 정도였다. 원터치 삼단봉, 페퍼 스프레이(최루 스프레이), 경보기, 호루라기 등이 제일 많이 판매됐다. 전기 충격기나 너클처럼 다소 공격적인 성향의 호신용품을 찾는 사람도 전보다 많아졌다.

 

그런데 호신용품을 잘못 썼다간 오히려 특수폭행·특수상해로 처벌될 수 있다. 위기 상황에서 몸을 보호하기 위해 호신용품을 사용했다는 것이 인정되면 형법상 ‘정당방위’에 속해 처벌받지 않지만, 정당방위 성립 요건에 들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실제로 집안에 침입한 강도를 가격했다가 도리어 폭행죄로 처벌당한 경우가 알려지면서, 정당방위 성립 요건에 대한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정당방위 인정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건인 ‘상당성’ 해석이 해외에 비해 인색하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법 개정에 대한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본교 법학과 하민경 교수는 이에 대해 “우리 형법상 정당방위를 규정하는 법조문 자체의 인정 범위는 결코 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사안에 있어서는 “인색하게 적용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상당성을 “정당방위권 남용을 제한하는 요소로 주로 판단해 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직 주류적 입장은 아니지만, 법원도 시민들의 법의식을 반영하듯 정당방위 성립 요건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등 변화된 움직임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호신용품을 소지한 본교 학생들에게 “사용 방식이 정당방위에 해당하려면 형법 제20조에 규정된 정당방위 요건을 갖춰야 한다”며, “위법한 공격자를 상대로 방위한 것이라 해도 수회 가격해 공격자의 생명이 박탈된 경우에는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는 점을 알아두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아무리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용도라 해도 호신용품은 최후의 수단으로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상황을 파악한 후 현장에서 빠르게 벗어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현행법에 대해 “처벌을 두려워하면서 호신용품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겠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법이 국민의 법감정과 발맞춰 걷기를 기대해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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