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집회의 자유가 뭐길래… 막는 경찰, 항의하는 시민들
[칼럼] 집회의 자유가 뭐길래… 막는 경찰, 항의하는 시민들
  • 김단비 기자
  • 승인 2023.10.07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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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권 제한에 신중할 필요 있어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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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모든 국민은 집회의 자유를 가진다. 헌법 제21조에 따르면, 개인은 집회를 통해 타인과 자유롭게 의사를 교환하고, 공동의 의사를 표현할 자유를 보장받는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국민은 헌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에 따라 집회를 통해 의사를 표현해 왔다. 장애인들은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지하철로 나섰다. 교사들은 교권을 보호하라며 대로를 가득 메웠다. 매주 수요일 12시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가 열린다. 1960년, 1987년, 2016년… 우리 역사의 크고 작은 굴곡에는 집회가 있었다.

 

집회는 개인이 사회 공동체에 자기 뜻을 전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자유권 중에서도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기본권이다. 동시에 민주적 공동체가 기능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근본 요소*다. 그래서 집회의 자유는 국가 권력이 허가하거나 불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집회를 제지할 때는 법적 근거가 분명해야 하며, 집회를 금지하거나 해산시키는 일은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협이 있는 경우에만 최종적인 수단으로 고려돼야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집회의 자유가 제한당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5월 8일,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의 집회가 열렸다. 합법적으로 신고된 집회였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유가족들을 저지하고 집회 물품 반입을 막았다. 유가족 일부는 전치 2~3주의 상해를 입었다. 이에 유가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8월에는 전국 각지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22일 서울에서는 환경운동연합과 7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항의 발언을 위해 무대를 설치하려 하자 경찰은 이를 저지하고 이동을 막았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8·26부산시민대회’에서는 행사가 끝나고 일본영사관까지 행진하는 참가자들을 가로막았다.

 

경찰이 집회에 동원되는 이유는 집회가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질서를 유지하고 안전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우리 헌법은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인 집회의 자유만을 보장하므로, 만약 폭력적이고 사회질서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집회가 있다면 제지당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위의 세 사례 모두 적법하고 평화적인 집회였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집회의 자유를 제한했다. 국민의힘은 0~6시 사이에는 집회를 제한하고 소음 규제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 동력이자 주권 행사 수단이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대의 기능이 약화했을 때 소수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집회를 제한할 때는 그 정도를 최소화하고, 관련 법안을 개정하거나 대책을 마련할 때도 기본권을 침해하지는 않는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요즈음 경찰의 대처와 정책 방향은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 헌법재판소 2003. 10. 30. 선고 2000헌바67,83(병합)

** 이세주(2018). 집회의 자유 보장과 제한에 대한 헌법적 검토— 헌법재판소 결정에 나타난 집회의 자유 보장과 제한을 중심으로 —. 법학연구, 28(3), 59-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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