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론스타 게이트
끝나지 않은 론스타 게이트
  • 오유빈 기자
  • 승인 2023.10.1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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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론스타 게이트가 20년 넘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외환은행이 크게 부실화되자 정부는 국내 금융기업들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기를 바랐지만, 대부분의 기업들도 재정이 부실했기 때문에 인수에 참여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2003년, 미국의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했다.

 

한국에서는 금융과 산업을 분리하는 금산분리를 시행하고 있어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없었다. 당시 한국의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아닌 금융자본만 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했지만, 론스타는 소유한 골프장이 130개가 넘는 등 산업자본으로 돈을 버는 법인이었다. 하지만 예외로 BIS(자기자본) 비율이 8% 이하인 부실기업을 인수할 경우, 산업자본에도 인수 자격이 부여됐던 것이다.

 

이강원 외환은행장은 ‘BIS가 6.16%로 예상된다’는 문서를 금융감독원에 보냈고, 2003년 9월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인수 자격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2003년 10월, 론스타는 1조 3,834억원을 주고 외환은행의 지분 51%를 가졌다. 인수 3달 만에 외환은행의 주가는 폭등하고, 론스타는 1조 원 이상의 평가이익을 얻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외환은행이 BIS 비율을 조작해 론스타의 인수를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는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했고, 감사가 시작되자 당시 론스타코리아의 대표 스티븐 리는 미국으로 도피했다. 2006년 6월, 감사원은 BIS 비율이 조작됐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로 인해 론스타는 처음부터 인수 자격이 없게 됐다. 검찰은 헐값 매각, 주가조작 등 론스타를 강도 높게 수사했고 형사 소송도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은 지연됐다. 결국 2006년에 추진한 매각은 2010년 11월이 돼서야 하나금융지주의 인수로 끝났다.

 

2012년 11월, 론스타는 “4조 원이 넘는 차익을 남겼는데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의 부당한 조처로 낮은 가격에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론스타는 투자자와 투자국 정부 간 분쟁에 대한 재판을 관할하는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 정부의 외압이 없었다면 6조 1천억 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결국 지난해 8월,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부는 론스타가 청구한 손해배상금의 4.6%에 해당하는 2,800억 원을 한국 정부가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론스타와 한국 정부는 모두 불복해 취소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정부는 향후 진행될 후속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이 한 푼도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 강조했다. 또한, “국제투자분쟁 재판관 3인 중 1명은 한국 정부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만큼 취소신청을 적극 검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론스타 게이트를 놓고 아직까지 정쟁을 벌이고 있다. 소모적인 싸움을 멈추고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할 때다. 더불어 배상금을 세금으로 지급하는 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필수적이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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