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듣던 음악이 뮤지컬 속으로, 주크박스 뮤지컬
내가 듣던 음악이 뮤지컬 속으로, 주크박스 뮤지컬
  • 최서현 기자
  • 승인 2023.10.2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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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그날들' 포스터(출처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뮤지컬 '그날들' 포스터(출처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그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볼 뿐 다가설 수 없어.”

 

전설의 싱어송라이터 故 김광석의 정규 2집 앨범 타이틀곡 ‘사랑했지만’의 가사다. 동시에 뮤지컬 <그날들>의 스물 두 번째 넘버 가사이기도 하다. 뮤지컬 <그날들>의 등장인물 무영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전 부르는 노래다.

 

오늘날 뮤지컬은 음악을 포함하고 있는 모든 무대극 형식을 통틀어 이른다. 음악의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오페라부터 판소리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배우의 연기와 어우러져 무대를 구성한다. 음악을 통해 이뤄지는 이야기의 전달이 연극처럼 배우들의 연기에만 의존하거나, 오페라처럼 지나치게 음악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 뮤지컬만의 특징이다. 비교적 뚜렷한 형식을 갖춘 오페라나 연극과 달리 정해진 틀 없이 창작자의 의도에 맞게 자유로운 연출이 이뤄진다. 故 김광석의 곡을 활용한 뮤지컬 <그날들>처럼 기존 대중 가수들의 음악을 그대로 사용하여 뮤지컬을 연출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형태의 뮤지컬을 ‘주크박스 뮤지컬’이라고 한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기존 음악이 갖고 있던 서사를 뮤지컬의 이야기와 배우들의 연기에 접목해 연출한다. 동전을 넣으면 음악을 재생하는 기계를 뜻하는 단어 ‘주크박스’와 ‘뮤지컬’의 합성어로, 특정 가수의 히트곡이 마치 주크박스처럼 흘러나와 이와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작품을 처음 관람하는 관객도 뮤지컬의 넘버를 즐겁게 따라 부를 수 있어 작품 감상의 흥미를 한층 끌어올린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원곡의 정서를 뮤지컬 서사에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원곡의 서사를 통해 뮤지컬 넘버의 전달력이 더욱 짙어져 작품의 집중도를 높이기도 한다.

 

그러나 기존에 존재하던 곡을 그대로 활용하는 주크박스 뮤지컬의 특성상, 원곡이 갖고 있는 정서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같은 가수의 노래더라도 각각 다른 정서를 갖고 있어 이러한 점들이 연출 과정에서 큰 한계로 작용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주크박스 뮤지컬이 등장했다. 특정한 가수의 곡으로만 넘버를 구성하던 기존의 형식을 뛰어넘어, 특정한 작곡가의 음악을 활용한 뮤지컬 <광화문 연가>가 그 주인공이다. 이문세의 소녀, 붉은 노을 등의 작곡가로 유명한 이영훈 음악가의 곡을 활용했다. 뮤지컬 <광화문 연가>(2011년 초연)의 연출을 맡은 이지나 연출가는 JTBC 예능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해 이영훈 음악가의 곡에 일관된 회상의 정서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뮤지컬 <그날들>, <광화문 연가> 외에도 세계적인 팝 그룹 아바(ABBA)의 음악을 활용한 뮤지컬 <맘마 미아> 등이 주크박스 뮤지컬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특히 뮤지컬 <맘마 미아>는 1999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을 올린 당시 흥행에 성공하면서, 주크박스 뮤지컬을 하나의 형식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그리움의 정서로 새롭게 편곡된 故 김광석의 노래를 담고 있는 뮤지컬 <그날들>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누적 관객 수 65만 명을 돌파해 주크박스 뮤지컬의 인기를 다시금 실감케 했다. 과장된 목소리와 어색한 음악만이 담겨 있을 거란 뮤지컬의 편견을 내려놓고, 주크박스 뮤지컬을 통해 뮤지컬의 매력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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