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컬처] 집중력을 도둑맞았다고요?
[본인컬처] 집중력을 도둑맞았다고요?
  • 김단비 기자
  • 승인 2023.10.24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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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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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타이머를 켜고 책상 앞에 앉아 보자. 마감이 임박한 과제, 읽어야 할 책을 펴고 한 번에 몇 분이나 집중할 수 있는지 재 보자. 30분을 넘길 수 있을까? 20분은 어떨까. 10분도 길게 느껴진다.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지 않고는 생활할 수 없는 현대인이라면 모두가 겪고 있을 문제다.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 요한 하리는 우리가 겪고 있는 주의력 결핍 문제가 일반인뿐만 아니라 저명한 학자들에게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손 뻗는 곳이 핸드폰이라는 것, SNS와 알고리즘에 갇혀 몇 시간을 허비하면서도 ‘그만하고 싶다’고 느끼는 것, 그런데도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문제가 아니다. 통신 기술이 발달해 정보량이 대폭 증가하고, ‘정보의 바다’라는 말이 생길 만큼 너무 많은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것을 모두 수용하려다 보니 집중 시간이 짧아진 것이다. 한 곳에 오래 집중하는 집중력은 약화되고, 여러 군데를 ‘핑퐁’처럼 빠르게 왔다 갔다 하는 상태에 익숙해졌다.

 

저자는 ‘몰입’의 상태를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몰입은 단순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게 아니다. 그 일에 몰두해 자아 감각을 잃은 상태를 경험해야 몰입이다. 단 하나의 목표이자 자신에게 유의미한 목표를 가지고, 능력의 한계까지 스스로를 밀어붙이는 것이 몰입의 조건이다. 너무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핸드폰이 없었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자. 분명히 몰입을 경험한 적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의 집중력을 빼앗는 주범은 테크 기업이다. 삶에 이로움을 주는 건 분명하지만, 그들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삶이 더 나아질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우리 서비스에 더 오래 머무를까’를 고민한다. 우리가 화면을 더 자주, 더 오래 들여다봐야 그들이 돈을 벌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상황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다.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디자인 때문이다. 우리의 산만함은 그들의 연료다.’*

*요한 하리, 『도둑맞은 집중력』, 어크로스, 176쪽, 2023.

 

결국, 기술이 인간의 삶을 방해하고 있다. 우리가 주의력을 잃고 점점 오래 집중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우리가 집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우리가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환경 때문이다. 전 세계를 덮친 주의력 결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기업과 국가의 의지도 필요하다. 공동체 차원에서 이 문제에 경각심을 가지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집중력이 부족하다며 스스로를 자책하던 우리를 안심시키고, 주의력 결핍 문제를 사회적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중요한 건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가족·친구들과 눈을 맞추고 대화하고,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만큼은 스마트 기기를 잠시 내려놓자. 식사할 때는 식사에만 집중하고, 잘 시간에는 침대에 누워 잠을 자는 것. 현재에 집중함으로써, 스마트 기기에 도둑맞은 집중력을 다시 우리 생활로 돌려놓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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