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의 미래①] EU ‘지속가능한 배터리법’ 시행
[배터리의 미래①] EU ‘지속가능한 배터리법’ 시행
  • 오유빈 기자
  • 승인 2023.10.2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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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6월 14일, 유럽 의회가 배터리 설계에서 생산 및 폐배터리 관리에 대한 규제를 담은 ‘지속가능한 배터리법(이하 배터리법)’을 승인했다.

 

이번 배터리법을 통해 폐배터리 수거 의무 비중이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휴대용 배터리의 경우 올해부터 45% 수거 의무가 적용되며, 2030년까지 73%로 비중을 높여 갈 계획이다. 전기자전거와 개인형이동장치(PM)에 사용되는 LMT 배터리도 2028년까지 51%, 2031년까지 61%로 수거가 의무화된다.

 

앞으로 배터리를 만들 때는 재생 원료를 사용해야 한다. 이에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코발트, 리튬, 납, 니켈의 재활용 비율이 2031년부터 5~10% 늘어난다. 탄소발자국 제도를 통해 배터리 전 주기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게 되면서 온실가스의 총량을 신고해야 한다.

 

배터리법에서 주목할 만한 제도는 배터리 여권 제도다. 전기차 폐배터리는 파쇄 후 핵심 광물과 희소 금속을 추출할 수 있어 폐배터리의 몸값은 전에 비해 400% 이상 급등했다. 배터리 여권 제도는 배터리 상태와 사용 등의 정보를 전자 형태로 기록해 배터리의 안정성과 재활용률을 높이고 관리 체계를 확립하는 제도다. 한국은 폐배터리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전기차 등록이 말소될 때 배터리를 반납해야 한다. 하지만 수출할 경우 배터리 반납의 의무가 없다. 한국의 50%가 넘는 폐배터리가 중고 전기차와 함께 수출되고 있어 배터리 여권 제도와 같은 관리 체계가 필요한 실정이다. 

 

2027년부터 스마트폰을 만들 때 배터리를 쉽게 분리 및 교체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스마트폰 주요 제조사인 삼성과 애플은 일체형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삼성과 애플은 배터리법이 통과됨에 따라 스마트폰 디자인을 새롭게 설계하고 생산라인을 모두 바꾸는 등 큰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작년 전자전기폐기물포럼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사용 중인 스마트폰 160억대 중 약 53억대가 버려지거나 방치됐다. 또한 매년 전 세계에 버려지는 전자 폐기물은 4,446만 톤에 달한다. 폐휴대폰과 전자 폐기물은 금, 구리, 은 등 재활용 가능한 요소를 가지고 있음에도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것이다. 전자 폐기물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은 토양을 오염시키고 나아가 인류를 위협할 수도 있다.

 

폐휴대폰을 그냥 버려 일반쓰레기로 처리되면 매립 및 소각을 통해 환경오염이 발생하기 때문에 전자제품 수거 서비스가 따로 운영되고 있다. 근처 동사무소나 ‘한국 전자제품 자원순환 공제조합’을 통해 폐휴대폰이 수거되는데, 공제조합의 경우 자원 재활용을 통해 발생한 모든 수익금은 기부된다. 기부된 금액을 영수증으로 받으면 세액공제를 할 때 사용할 수 있다.

 

EU는 스마트폰의 환경오염을 심각하게 여겨 배터리법과는 별개로 모든 스마트폰의 충전기 규격을 2024년까지 C타입으로 통일했다. 또, 전자제품을 스스로 수리할 수 있게 하는 ‘수리할 권리’ 보장법도 통과시켜 오랫동안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한국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약 20.9개월로, 전 세계 스마트폰 교체 주기인 43개월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의 배터리 산업은 반도체 산업보다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유럽처럼 배터리를 관리할 체계와 환경을 보호하는 정책들이 아직 없다. 배터리 산업이 국가주도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관련 법 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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