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 개봉과 동시에 용아맥 예매 전쟁… IMAX가 뭐길래
‘오펜하이머’ 개봉과 동시에 용아맥 예매 전쟁… IMAX가 뭐길래
  • 최서현 기자
  • 승인 2023.11.09 2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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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펜하이머' IMAX 포스터(출처 유니버설 픽처스)
영화 '오펜하이머' IMAX 포스터(출처 유니버설 픽처스)

영화 ‘오펜하이머’가 지난 8월 15일 개봉했다. ‘오펜하이머’는 미국 핵 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계획에 참여해 원자폭탄을 개발한 물리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에 대해 다룬 영화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열두 번째 장편 영화로, 장장 3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과 더불어 IMAX(아이맥스)로도 개봉됐다는 소식에 큰 주목을 받았다. 영화 개봉과 동시에, 국내 최대 IMAX 전용 상영관인 CGV 용산아이파크몰점 IMAX관은 이른바 예매 전쟁이 열리곤 했다. 도대체 ‘IMAX’가 무엇이길래 수많은 영화 애호가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IMAX란 캐나다의 다국적 영상기기 제조기업 IMAX 사가 만든 영화 배급 플랫폼을 말한다. 우리가 TV나 극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상 비율인 1.77:1(16:9)이나 1.85:1이 아닌 1.43:1의 독자적인 영상비를 갖고 있다. 이는 사람의 최대 시야각에 가까운 비율이다. 게다가 레이저 영사기 기반의 IMAX 상영관에서는 더욱 뚜렷하고 선명한 초고해상도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본래 IMAX 규격의 개발 목적이 영화 등 예술을 위한 것이 아닌 자연 다큐멘터리와 같은 기록 보존이었던 것을 고려해 보면 그 해상도가 얼마나 우수한지 짐작해 볼 수 있다.

 

IMAX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뛰어난 해상도 덕분에 일반적인 규격의 영화에 비해 월등히 큰 스크린에서 상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IMAX 전용 상영관인 CGV 용산아이파크몰점 IMAX관(624석)의 스크린 크기는 가로 31미터, 세로 22.4미터로 무려 그 면적이 694.4제곱미터에 이른다. 통상 중형 상영관*의 스크린 면적이 80.52제곱미터인 것과 비교하면 무려 8.6배나 큰 것이다.

*CGV 용산아이파크몰점 1관(192석), 3관(144석): 가로 12.2미터, 세로 6.6미터

 

극장에 개봉되는 IMAX 영화는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IMAX 필름 기반의 전용 카메라로 촬영을 진행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대부분의 영화에서 사용하는 35mm 필름 기반의 카메라로 촬영한 후 후가공을 통해 IMAX 비율(1.43:1)로 편집하는 일명 리마스터링(DMR) 과정을 거친 작품이 있다. 이 중에서도 놀란 감독은 전자의 경우를 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카메라의 촬영본을 메모리 카드에 저장하는 디지털 방식의 촬영이 아닌, IMAX의 초기 개발 당시 사용했던 아날로그 필름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영화 ‘오펜하이머’를 제작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꾸준히 IMAX 플랫폼을 도입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놀란 감독이 대규모 인력과 비용을 투자하며 크고 무거운 IMAX 필름 기반의 전용 카메라로 촬영하는 이유는 뚜렷하다. 후보정 과정을 거치기 전 IMAX 전용 카메라의 원본 영상 결과물은 현존하는 최고의 해상도에 가깝기 때문이다. Full HD(1080p)에 무려 12배에 달하는 12K 해상도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촬영 후 편집 및 보정 과정에서 열화 현상**이 발생하지만, 이것을 감안하더라도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열화 현상: 영상의 선명도와 채도, 명도 등이 저하되는 현상

 

이번 ‘오펜하이머’의 개봉에 앞서, 놀란 감독은 직접 일반 상영관이 아닌 IMAX 전용 상영관에서 감상할 것을 추천했다. 놀란 감독의 영향력 때문일까. CGV 측은 ‘오펜하이머’ 개봉 후 일주일간 CGV 용산아이파크몰점 IMAX관의 좌석 판매율이 무려 8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CGV 전체 지점의 일반관 좌석 판매율은 26%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IMAX관의 인기를 실감케 하는 수치다. 혹자는 IMAX 전용 상영관에서만 영화를 완벽하게 관람할 수 있고 이를 통해서만이 감독의 미장센을 온전히 전달받을 수 있다면 이것이 어떻게 대중문화일 수 있냐며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IMAX 영화라고 하여 해당 영화의 모든 장면이 IMAX 화면비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IMAX는 감독의 미장센을 극대화하는 하나의 도구적 요소에 불과할 뿐, 일반 상영관에서 관람한다는 사실이 감독의 의도를 훼손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아직은 기술적인 한계와 비용 문제 등으로 영화감독이 의도한 장면에 대해서만 IMAX 화면비로 구성되고 있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독특한 관람 경험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IMAX관 등의 ‘특별상영관’이 대중문화의 한 분야로 굳건히 자리 잡았음은 틀림없다. IMAX 상영관의 광활한 스크린에서 인류 최초의 핵폭발 장면을 두 눈으로 가득 담아내는 희열, 영화 ‘오펜하이머’의 인기가 증명해 주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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