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참 궁금해’… 캐릭터 해석 문화 열풍
‘내가 참 궁금해’… 캐릭터 해석 문화 열풍
  • 오지웅 기자
  • 승인 2023.11.17 17:0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신의 성격과 특징을 분석하는 ‘캐릭터 해석 문화’, 일명 ‘캐해 문화’가 인기다. MBTI 열풍을 시작으로 어울리는 색을 찾아주는 퍼스널 컬러 진단과 체형 컨설팅까지, 캐해 문화는 확산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학생생활기록부 조회가 유행하면서 정부24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일도 발생했다.

 

캐해 문화의 선두에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 이른바 MBTI가 있다. MBTI는 사람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유형별 특징을 설명한다. 많은 사람이 검사 결과와 자신의 성격을 비교하고 공유하면서 MBTI는 첫 만남에서 필수적인 대화 주제가 됐다. 이후 ‘~로 보는 나의 MBTI’나 ‘MBTI 궁합 검사’ 등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캐해 문화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근 초·중·고등학교 생활기록부(생기부)를 SNS에 공유하는 ‘생기부 인증’ 열풍이 불고 있다. 2003년 이후 졸업생부터 정부24 홈페이지 등을 통해 간편하게 생기부를 발급받을 수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발급된 생기부는 총 285만 7,68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간보다 약 6.1배 증가한 수치다. 9월 초에는 접속자가 몰려 정부24 홈페이지가 마비돼 생기부가 필요한 학생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현재 인스타그램에 ‘생기부’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1만 6,000여 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특히 학생의 성격과 특징이 적힌 ‘행동 특성 및 종합의견’ 항목에 대한 게시물이 주를 이뤘다. 누리꾼들은 “사람이 참 한결같다”, “담임선생님이 써 주신 말을 보고 감동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 외에도 이용자의 특징을 분석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피부색에 어울리는 색깔을 분석하는 퍼스널 컬러 진단은 10만 원 가량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끌고 있다. 금융 마이데이터 전문기업 ‘뱅크샐러드’는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출시해 이용자에게 미생물 분포, 유전형질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뱅크샐러드의 서비스는 출시 이후 매일 1초 만에 무료 선착순 신청이 마감되며 폭발적 인기를 입증했다.

 

캐해 문화는 Z세대의 특성과 사회 구조적 요인이 결합하며 발전했다. Z세대는 집단의 가치보다 개인의 개성과 가치를 중요시하는 특징을 가진다. 구정우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Z세대는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고 활력을 찾아 성장하는 세대”라며 “개성을 드러내고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캐해 문화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최지혜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 분석센터 연구위원은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정답보다 나만의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게 Z세대의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경쟁이 심해지고 정체성이 모호해진 사회 구조도 캐해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 최 연구위원은 “Z세대가 살아가는 지금은 빅블러* 시대”라며 “정체성 변동의 기회가 많아졌지만, 정체성을 스스로 탐구해야 하는 책임도 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경쟁이 심해진 사회 속 불안을 떨치기 위해 객관적 자료로 안심하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빅블러(Big Blur): 빠른 변화로 인해 기존에 존재하던 것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

 

‘나’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오늘날 캐해 문화는 하나의 놀이로 자리 잡았다. 이는 자신을 들여다보고 타인과 소통하는 또 다른 창구가 될 것이다. 캐릭터 해석을 통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나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dd 2023-12-03 23:50:16
그림이 귀엽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