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공연 예술, 가능할까?
지속 가능한 공연 예술, 가능할까?
  • 박은진 기자
  • 승인 2023.11.22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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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2019년, 세계적인 록 밴드 콜드플레이의 리더 크리스 마틴은 “이번 앨범 홍보를 위한 세계 투어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신들의 공연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3년 뒤 콜드플레이는 환경을 중점에 둔 새로운 투어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Music of the Spheres)’를 발표하며 지속 가능한 공연 예술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공연과 환경의 연관성은 그간 잘 다루어지지 않은 주제이기에 대중은 콜드플레이의 투어 중단 선언에 의문을 표했다. 그러나 콜드플레이가 탄생한 국가이자 공연 산업이 발달한 영국은 매년 음악 공연으로 40만 5천 톤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아티스트와 관객이 이동하는 과정, 조명과 색종이 등의 무대장치, 공연 중에 발생하는 쓰레기를 비롯한 다양한 요소가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야외 페스티벌의 경우 배출되는 쓰레기가 더욱 많다. 우비, 일회용 우산, 비닐 팩, 플라스틱 컵과 접시 등 일회용품의 사용이 매우 잦기 때문이다. 한국의 실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도서관・박물관・미술관・공연장 등 문화 예술 시설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조사한 결과 공연장의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음악 공연이 환경 오염에 미치는 영향을 깨달은 콜드플레이는 감소・재창조・복원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설정했다. 탄소 배출량을 감소하고, 새로운 방안을 재창조하며 자연 복원에 힘쓰겠다는 포부가 담긴 원칙이다. 이들이 가장 먼저 실행한 것은 ‘복원’ 원칙에 해당하는 나무 심기로, 티켓 한 장당 한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공연장의 모든 부분을 에너지 공급원으로 활용했다. 공연장 곳곳에 태양광 타일을 설치하고, 관객들이 뛰는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는 장치도 설치했다. 공연 중 사용하는 색종이 조각도 100% 생분해되는 재질로 만들었으며 무대를 만들 때도 대나무와 재활용 강철을 사용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했다. 이외에도 재사용할 수 있는 응원 도구를 나눠주고, 저탄소 여행을 약속한 팬들에게 할인 코드를 제공하는 등 관객과 함께하는 환경보호 행동을 실천했다.

 

이보다 앞서 기후 위기 대응 활동에 참여한 록밴드가 있다. 라디오헤드는 2007년 라디오헤드 북미 투어의 생태 발자국 및 탄소 배출량 보고서를 작성하고 해당 보고서를 바탕으로 2008년 최초의 친환경 투어를 진행했다. 라디오헤드는 2012년 지산밸리록페스티벌을 통해 첫 내한을 하게 됐는데, 당시 이들의 요구사항이 매우 특별해 주목받았다. 분리배출 쓰레기통을 마련하고 다회용 식기를 이용할 것이며 공연장 인근에서 조달할 수 있는 음식을 먹겠다는 것이었다. 주최 측도 모든 스태프가 물통을 사용하라는 지침을 만들며 그 뜻을 함께했다. 이후 페스티벌이 환경 보호에 갖는 관심이 다소 줄긴 했지만, 코로나19의 유행을 계기로 환경을 살피게 되며 국내 페스티벌 또한 친환경 축제를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2022년 인천펜타포트락페스티벌을 시작으로 2023년에는 서울재즈페스티벌까지 먹거리존에 다회용기를 도입했으며 2022 춘천마임축제는 전기축전방식 발전기를 사용해 이동식 발전차를 대체했다.

 

또 다른 공연 예술인 연극・뮤지컬 산업에서도 환경 보호를 위한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정책 제안 활동 및 ‘문화예술부문의 지속가능 가이드북’ 제작 활동을 통해 환경 보호의 미래와 현재를 제시했다. 2020년 11월, 국립극단에 새롭게 취임한 김광보 예술감독의 주요 운영 방향도 이목을 끌었다. 발표한 세 가지 운영 방향에 ‘적극적인 기후 행동’이 포함됐기 때문인데, 이를 기점으로 국립극단의 탄소 절약 실천이 시작됐다. 기존에 출시한 기념품을 활용한 ‘새활용’ 기념품을 출시하고, 소품이나 의상을 나누는 ‘빨간지붕 나눔장터’로 일회성 폐기물을 줄이는 동시에 민간 극단과 자원을 공유하는 장을 마련했다. 2023년에는 ‘기후위기와 예술’을 주제로 한 연극 <[창작공감: 연출] 스고파라갈>을 선보이며 기후위기 상황에서 연극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질문하고 답했다.

 

하지만 현시점의 환경 보호 방안들은 ‘겉핥기식 친환경’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미 배출된 탄소를 상쇄하거나 부분적 친환경인 경우가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전까지 공연예술의 환경오염은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겨지며 제대로 된 연구, 가이드라인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러한 문제는 공연 예술 분야의 환경 행동이 시작하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즉, 과도기 단계를 겪고 있는 것이다.

 

효과적이고 실천 가능한 친환경 공연을 위해서는 환경과 공연 모두를 고려할 수 있는 전문 인력과 가이드 라인을 갖춰야 할 것이다. 더불어 직접 참여하고 실천하는 관객의 의식 변화도 동반돼야 한다. 더 이상 환경 보호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지속 가능한 공연을 넘어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서 모두가 함께 행동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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