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온수 점자 스티커’, 인식 변화의 첫걸음 되길”
“‘냉온수 점자 스티커’, 인식 변화의 첫걸음 되길”
  • 김단비 기자
  • 승인 2023.12.1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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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원회 배리어프리TF팀을 만나다

9월 12일, 교내 모든 화장실의 수도꼭지에 점자 스티커가 붙었다. 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와 일반 학우 11명이 학교를 돌아다니며 스티커를 부착했다. 성다빈(영문·3) 위원장과 배리어프리TF팀의 박이소(심리·3) 팀장을 만나 냉온수 점자 스티커 사업(이하 ‘스티커 사업’)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시작은 작은 것으로부터

두 사람은 스티커 사업의 시작이 크고 심각한 문제의식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가 한국장애인재활협회에서 주최하는 ‘청년행복제안’ 프로그램에 지원하기 위해 사업 계획을 고안하던 중, 평소 학교를 다니면서 느꼈던 불편함을 떠올렸다고 한다.

 

“언덕이 많은 거나, 도로가 울퉁불퉁한 거나… 장애인이 다니기에 불편하겠다고 생각했어요. 뭔가를 갈아엎거나 만드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아서, ‘사소하더라도 확실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것부터 해 보자고 하게 된 거죠.”

 

냉온수 점자 스티커는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약학관과 안드레아관 1층 화장실, 그리고 니콜스관 1층 여자 화장실에만 붙어 있었다. 학교에 있는 모든 화장실에 냉온수 점자 스티커를 부착하겠다는 사업은 좋은 평을 들었다. 협회 측은 이 사업이 ‘현실적이고 사람들이 알아차리기 좋으며, 대학생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많은 대학이 배리어프리 맵 제작 사업을 제안했지만, 인권위는 스티커 사업을 통해 타 대학과 우리 학교를 차별화했다. 본교는 서울과기대, 성균관대, 숭실대, 신라대, 중앙대, 충남대와 함께 협회의 선택을 받아 사업을 실시하게 됐다.

 

(냉온수 점자 스티커 부착 활동을 함께한 참여단. 박이소 팀장 제공.)
(냉온수 점자 스티커 부착 활동을 함께한 참여단. 박이소 팀장 제공.)

 

장애 고충에 공감할 수 있는 계기 마련해

두 사람은 일반 학우들로 구성된 참여단을 모집한 이유에 대해 “알릴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스티커를 붙이면서 참여단분이 ‘학교에 언덕이 많아서 휠체어 타시는 분은 힘들 것 같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면서, 비장애인 학우들이 장애인 학우들이 겪는 불편함을 공감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참여단에게는 “그날 날씨가 습하고 더웠는데도 불구하고 다들 열심히 해 주셨다”며 감사를 표했다.

 

참여단이었던 최경운(컴공・2) 학생은 “‘만약 시각장애인이 세면대를 이용할 때 이 스티커가 없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보게 됐다”며, 스티커 부착이 “모든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실천할 수 있는 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참여단이 수도꼭지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박이소 팀장 제공.)
(참여단이 수도꼭지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박이소 팀장 제공.)

장벽 허물고 더 나은 세상으로

스티커 사업은 인권위가 주관하는 ‘배리어프리’ 사업의 일환이었다. 배리어프리 사업은 우리 학교를 장애친화적인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사업이다. 성다빈 위원장은 “단순히 물리적인 장벽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삶을 불편하게 만드는 제도나 인식을 바꾸는 것도 배리어프리”라고 강조했다.

 

올해 인권위의 사업 목표는 ▲배리어프리 맵 제작 완료 및 배포 ▲시설팀에 비(非)배리어프리 요소  개선 건의 ▲냉온수 점자 스티커 부착이다. 스티커 사업은 지난 9월 완료했고, 배리어프리 맵은 현재 자문단의 도움을 받아 제작하고 있는 상태다. 배리어프리 맵은 온라인 형태로도 배포될 예정이다. 박이소 팀장은 “온라인 맵이 완성되면 QR 코드로 리플렛에 첨부할 거고, 인권위 인스타그램이나 학교 홈페이지에도 링크를 게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배리어프리 사업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 경험으로 작년 축제를 꼽았다. 당시 박이소 팀장은 “축제기획단의 요청으로 배리어프리존을 마련하고, 장애 학우를 인솔하고 공연 관람을 도왔다”며 “처음 하는 일이다 보니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축제 이후에 제 연락처로 연락이 왔거든요. ‘덕분에 안전하게 공연 볼 수 있어서 감사했다’는 내용이었는데, 그 연락을 받고 배리어프리가 왜 필요한지 확실히 느껴지더라고요. 왜 이런 움직임이 계속되어야 하는지 확 체감할 수 있었어요.”

 

서로의 입장 헤아리는 기회 되길 바라며

성다빈 위원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학교 구성원들이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요즘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워낙 서로에 대한 편견이 쌓이고 있는 것 같아요. 조금 더 서로를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면 좋겠어요. ‘내가 저 상황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저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해 보는 거죠.”

 

박이소 팀장은 “예전에 인권위에서 주최한 강연에서 강사님이 ‘배리어프리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두가 편해지는 길’이라고 말씀하셨는데, 활동을 하면서 점점 그 말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사소한 관심이 모이면 변화의 불씨가 된다. 인권위가 아직 학교에서 큰 입지를 가진 단체는 아니라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인권 침해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혼자서는 해결하기 어려울 때, 문제를 알리고 싶을 때 인권위라는 단체의 목소리를 빌려 스스로의 인권을 지킬 수 있다. 그것이 인권위의 존재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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