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학생인권조례 문제, 과거로의 회귀가 정답인가
[독자기고] 학생인권조례 문제, 과거로의 회귀가 정답인가
  • 정해규(1학년·국제법정경)
  • 승인 2023.12.21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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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은 수업 후 방과후 수업이며 야간자율학습도 잘 안 한다. 심화반이나 특별반의 개념도 없다. 게다가 예전처럼 때리거나 폭언하는 것도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2023년 4월에 교생실습을 다녀온 친구가 남긴 후일담 중 하나다. 학생인권조례가 이렇게까지 학교의 풍경을 바꿀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문득 내 학창 시절에 학생을 오로지 통제하는 방법만 알던 교사가 생각났다.

 

나는 1학년 때 학원 시간이 겹쳐 심화반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자 학년 부장에게 호출을 받았고 “무조건 우리 말대로만 하는 게 옳으니까 심화반에 들어가”라는 말을 들었다. 이어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면 생기부나 벌점 등에서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리 활동으로 심화반의 수업이나 방학 중 자율학습에서 자리를 비워야 할 때도 벌점으로 협박하는 경우가 잦았다. 다른 동기들의 타협도 실패해 일방적으로 그의 의견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가 학생부장이 됐을 때 교내 신문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이때 “내 말대로만 하면 모두가 좋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아 서로가 피곤하다”고 답변했다. 자신이 갑이고 학생이 을이라는 식의 발언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과거 대한민국 교육부 정책기획관을 역임했던 나향욱 국립국제교육원 기획조정부장이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말했던 것이 떠오른다.

 

학생들이 교사의 통제적 지도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는 단순히 교사가 폭력적이라거나 꼰대로 치부해서가 아니다.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가 평등이 아닌 수직적 위계질서임을 보여주고, 거기서 학생은 자신이 을의 처지에 있음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관계가 수직적으로 변하면 교사는 학생 개개인의 인격체를 존중해야 할 대상이 아닌 지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게 된다. 학생들의 통제 지도에 대한 거부감은 자신도 그들과 같이 동등한 하나의 인격체임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언행과 태도를 나향욱 전 고위 관료의 발언과 겹쳐 보았던 것은 아래에 있는 사람의 인격체를 존중하는 것이 아닌 지배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던 것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출처 블라인드 https://www.teamblind.com/kr/post/
출처 블라인드 https://www.teamblind.com/kr/post/

내 말을 따르지 않는다면 불이익이 갈 것이라는 방식의 지도는 교육계의 비판을 받아왔고 문제 해결의 대상으로 지목됐다. 한 현직 교사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30년 전처럼 애들 패기 VS 애들한테 맞기, 두 가지 선택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단지 평등하고 안전한 학교를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휘둘리거나 교사가 모든 것을 감내하도록 이루어진 환경과 제도는 문제가 많다. 그러나 교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무작정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고 체벌을 찬성하는 것은 과거의 학교로 회귀하는 것일 뿐,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교육계에 더이상 이런 일로 고통을 당하는 교사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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