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별아?’, 딩동댕 유치원에 등장한 자폐 스펙트럼 캐릭터 ‘별이’
‘안녕 별아?’, 딩동댕 유치원에 등장한 자폐 스펙트럼 캐릭터 ‘별이’
  • 박은진 기자
  • 승인 2024.01.23 0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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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아동부터 장애 아동까지, 딩동댕 유치원이 보여준 다양성
출처 딩동샘과 딩동댕 유치원 아이들 by EBS, EBSstory 공식블로그, CC BY-NC-ND
출처 딩동샘과 딩동댕 유치원 아이들 by EBS, EBSstory 공식블로그, CC BY-NC-ND

 

2023년 8월, EBS의 유아 교육용 프로그램 <딩동댕 유치원>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캐릭터 ‘별이’가 새롭게 등장했다. 1982년부터 약 40년간 방영된 딩동댕 유치원은 2022년 5월 개편을 시작으로 다양성을 지닌 아동 캐릭터와 함께하고 있다.

 

딩동댕 유치원에는 태권도를 좋아하는 소녀 ‘하리’, 휠체어를 타지만 농구를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은 하리의 오빠 ‘하늘’, 노래와 춤을 좋아해 항상 밝은 모습을 보이는 다문화 가정 아동 ‘마리’, 책을 좋아하는 소년 ‘조아’가 있다. 이뿐 아니라 강아지 ‘댕구’는 유기견이었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딩동샘 또한 유치원 선생님은 젊은 여성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있다. 지난해 8월부터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 ‘별이’가 새롭게 합류했다.

 

별이는 본래 5월 개편에 함께 등장하기로 했던 캐릭터다. 그러나 자폐 아동에 대한 제작진의 이해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지난 8월 18일 등장하게 됐다. 처음 출현한 에피소드 ‘안녕 별아?’에서 딩동댕 유치원에 전학 온 별이는 바람개비가 도는 것을 보느라 친구들의 인사를 듣지 못한다. 딩동샘이 친구들에게 인사를 해보자고 하자 그때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바라본다. 이후 별이가 좋아하는 자동차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만, 들려오는 자동차 경적에 매우 놀라는 모습도 보인다. 이런 과정에서 선생님은 소리와 빛, 냄새에 예민하고, 말이 엉키거나 같은 단어를 반복하기도 하는 별이의 특성을 ‘별이만의 생각’이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 최장수 어린이 프로그램 속에 다양성을 녹여내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첫 방송 직전 배포된 보도자료에 ‘별이는 보호자가 항상 곁에 있어야 하고 딩동댕 유치원에 다니지 않지만, 딩동댕 마을에 살면서 자연스레 마주치는 사회구성원으로 등장한다’는 문구로 또 다른 차별과 배제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해당 논란은 배경 설명의 부족이 원인이었고, 오히려 제작진은 별이를 딩동댕 유치원의 구성원으로 잘 스며들게 하려고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하고 준비했다. 제작진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범위가 상당히 넓은 것을 인지하고 고민 끝에 지금의 별이를 설정했다. 에피소드 기획 과정에서도 정신의학과 교수 자문을 거쳐 아이템을 정하고, 촬영 전 특수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인 자문 선생님에게 대본을 검수받는다. 

 

기존의 성공 사례를 따르지 않는 딩동댕 유치원은 초능력을 가진 인물이 있거나, 특정 주인공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양성을 주요 주제로 삼는 만큼 모든 아동이 주인공이고 함께 어울리는 존재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현실적이고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다문화, 조손 가정 아동, 장애 아동은 위로 대상이 아니며, 고정된 성 역할은 없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방송사로서는 매우 상품성에 취약한 결정이기도 하지만, 딩동댕 유치원의 이지현 PD는 시대의 흐름에 맞는 교육적 의미를 강조했다.

 

해외의 경우 이미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다양성을 드러내는 사례들이 존재해 왔다. 2009년 영국 비비시(BBC) 어린이 채널 시비비스(CBeebies)의 <베드타임아워>에서는 한쪽 팔이 없는 세리 버넬이 진행을 맡은 이후 다운증후군 진행자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대표 어린이 프로그램인 피비에스(PBS)의 <세서미 스트리트>에서는 2017년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줄리아’를 통해 자폐아의 특성을 설명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후 위탁가정에서 지내는 ‘칼리’, 한국계 이민 아동 ‘지영’ 등 다양한 인물이 더 등장했다. 이러한 노력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다양성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타인을 수용하는 방법을 배우며 성장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지난 12월 온전히 별이에게만 주목하는 두 번째 에피소드가 방영됐다. 이외에도 제작진은 별이를 다양한 코너에 등장시켜 통합교육의 가치를 아이들에게 전할 수 있는 후속 에피소드를 공개할 예정이다. 어린이들은 어른보다 미디어의 영향을 크게 받기에 어린이 프로그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어떤 어린이 프로그램은 고정관념에 갇혀 시대의 변화를 뒤따르지 못하기도 한다. “어린이들의 세상에서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아이들이 소외에 익숙해지지 않아야 한다”는 이지현 PD의 말처럼, 세상에 소외받아 마땅한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수용하는 태도는 여전히 소극적이기에 딩동댕 유치원과 같은 사례가 더욱 절실하다. 아울러 어린이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에서도 자연스럽게 다양성을 다루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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