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뒤바꾼 헌법재판소의 결정
대한민국을 뒤바꾼 헌법재판소의 결정
  • 최서현 기자
  • 승인 2024.01.23 0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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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정수도 이전 사건과 비례대표 투표권 사건
출처 헌법재판소
출처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는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이 정한 바에 따라 위헌법률심판,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 헌법소원심판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본 기능은 국회의 입법 작용보다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헌법재판소는 우리나라의 최고법이자 국가 규범인 헌법을 다루므로, 헌법재판소의 모든 결과물은 본질적이며 그만큼 우리에게 직접적이고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대한민국을 뒤바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알아보자.

 

 

신행정수도 이전 사건: ‘불문의 관습헌법’ 인정(헌재 2004. 10. 21. 2004헌마554)

2004년 참여정부 당시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해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이 제정됐으나 헌법재판소는 이 법이 위헌임을 확인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상 수도의 개념과 관습헌법의 개념이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해 판단했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수도가 서울이라는 명문의 조항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소재지와 국가 정치 및 행정의 중추 기능 등의 이유, 그리고 국가 성립 이전부터 국민들의 역사적·전통적 인식을 근거로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을 관습상 헌법으로 인정했다.

 

따라서 신행정수도를 건설해 수도를 이전하는 것은 법률 제정만으로는 불가능한 것이 됐다. 아무리 관습헌법의 내용일지라도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내용을 법률이 임의로 변경하거나 삭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은 단순한 사실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관습헌법으로서 헌법의 효력을 가지므로, 우리 헌법이 정하고 있는 바에 따라 헌법의 내용을 바꾸려면 국민투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해당 법률이 국민투표를 거치지 않은 사실에 대해 국민이 가지는 참정권적 기본권인 국민투표권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봤다.

 

“서울이 수도라는 것은 말 그대로 사실에 불과하며 관습헌법의 효력을 가질 수 없다”고 한 전효숙 헌법재판관의 반대 의견도 있었다. 또한 많은 헌법학자 사이에서 해당 사건의 결과에 대한 판단여지를 떠나,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짜맞추기식 논리에 불과하다는 강한 비판이 존재하기도 했다. 

 

 

비례대표 투표권 사건: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헌재 2001. 7. 19. 2000헌마91등)

2000년 총선까지 진행됐던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별도의 정당투표 없이, 해당 지역구 후보로 출마한 국회의원에 대한 득표수로 소속 정당의 득표수를 의제하고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투표 방식이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유권자가 지역구 후보자나 그가 속한 정당 중 한쪽만을 지지할 경우 진정한 의사를 반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1인의 표는 비례대표 선출에도 기여하는 이중의 가치를 지니는가 하면, 다른 1인의 표는 무소속후보자 선출에만 기여해 비례대표 선출에는 전혀 기여할 수 없었다.

 

정당 명부에 대한 별도의 투표가 따로 마련됐어야 함에도 존재하지 않아 국민의 직접투표권이 침해당하고 있던 현실에 헌법재판소는 시의적절하게 개입했다. 유권자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와 정당이 다를 경우 어느 일방에 대한 지지를 다르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어느 일방에 대한 투표를 포기할 권리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유권자의 선택권을 배제하도록 하고 오로지 지역구 후보자의 투표로만 모든 운명이 결정됐던 것은 자유선거 원칙에 위배된다.

 

위에서 1인 1표제를 위반한 현실에 대해 언급한 바와 같이 무소속 후보자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투표권이 차별 받는다는 점도 날카롭게 지적했다. 무소속 후보자를 지지하는 유권자의 경우 해당 후보자의 선출에만 기여할 뿐, 비례대표의원 선출에는 전혀 기여할 수 없어 강제적으로 투표권을 침해당하는 상황에 놓여있던 것이다. 이는 명백한 평등선거 원칙 위반이다.

 

헌법재판소의 해당 결정은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이끌었다고 평가된다. 기존의 선거 방식은 1963년부터 2000년 총선까지 무려 37년에 걸친 기간 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방식이었다. 헌법재판소는 여기서 기존 방식이 직접선거 원칙, 자유선거 원칙, 평등선거 원칙 무려 이 세 가지 선거 원칙에 위반됐음을 확인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또 한 번 대한민국을 바꿔 놓게 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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