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멀어져 간다...”
“점점 멀어져 간다...”
  • 조성민 기자
  • 승인 2024.02.2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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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신교정에 켜진 주황불

 

낙엽이 알록달록 물드는 요즘, 곳곳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움직임으로 한창이다. 지난 11월 3일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에서는 제72대 학생회장 선거가 진행되었다. 이번 학생회장 선거는 성신교정 역대 최초로 단일후보 찬반투표로 진행되면서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혹시라도 선거 결과가 반대로 나왔을 경우 비상 대책 위원회로 제71대 ‘디딤돌’ 학생회가 일정 기간을 연임하는 이례없는 충격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다행히도 이번 투표는 유권자 195명 중 133명(68%)이 투표권을 행사하였고 133명 중 124명(약 93.2%)의 찬성표로 제72대 ‘왼손잡이’ 학생회가 2024년도 성신교정을 이끌어가게 되었다. 

 

작금의 사회는 개인주의로 인해서 골머리를 겪고 있다. ‘e대학저널’의 2022년 4월 5일 보도에 따르면, 서울의 15개 주요 대학 15개 중 무려 9개의 학교가 총학생회를 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경우에 학생들의 무관심과 낮은 투표율, 아무도 출마하지 않는 등의 이유였다. 총학생회가 구성이 무산되면 총학생회 대신 비상대책위원회나 단과대 학생회장 연석회의 등을 통해 임시로 학생 대표기구를 꾸린다고 한다. 이번 제72대 학생회장 선거의 단일후보는 성신교정이 학생들의 개인주의와 학교에 대한 무관심에 대해서 더 이상 고려하지 않을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공동체성을 강조하는 성신교정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단일후보 선거는 조금 충격적인 일이다. 그러나 단일후보에 대한 조짐은 작년부터 보이기 시작하였다. 작년 제71대 학생회장 선거는 마감날까지 단일후보였다. 하지만 마감 막바지에 극적으로 추가적인 후보자 등록이 이루어지면서 단일후보자 투표는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끝까지 추가적인 후보자 등록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결국에는 단일후보자에 대한 찬반투표로 선거가 진행되었다. 그렇다면 왜 학생들이 학생회장 자리를 기피 하는 것일까? 더 나아가 왜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점점 멀어지는가? 이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성신교정 학보사에서는 학생회장 기피 현상 및 학생들의 무관심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설문조사는 학생회장 선거의 투표권이 있는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설문조사에는 학부생 195명 중 76명이 참여하였다. 76명 중 64명(약 84.2%)의 학생들이 이번 선거에 투표권을 행사하였다. 그러나 학생회장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학생회장 후보가 내년 학교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미리 들어보고 평가하는 정견 발표의 참석률은 76명 중 43명(56.6%)에 불과하였다. 다른 부가적인 사항들을 감안해도 정견 발표 참석률과 투표율과의 약 28% 차이는 학생들의 무관심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학생회장 선거가 단일후보로 진행된 것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물어보는 설문지 3번 문항에서 ‘단일후보인지도 몰랐다.(3.9%)’와 ‘선거에 관심없다.(10.5%)’ 항목에 응답한 학생이 76명 중 11명(14.4%)이라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이 수치는 성신교정이 단과 대학이라는 점, 그리고 학생들의 숫자가 종합대학에 비해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잖이 놀랄만한 수치이다. 한 학년이 40~50명 내외의 학생들로 구성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결과는 한 학년의 20~25%가 선거에 관심이 없거나 단일후보인지 몰랐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설문의 응답률이 약 40%로 학부생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아 설문 결과가 성신교정 전체 학생들의 생각을 대변한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제72대 학생회장 정견발표 참석자가 약 60명 정도였다는 점, 그리고 투표권을 행사한 사람도 70%가 넘지 않는 133명(68%)이었다는 점은 본 설문 결과가 결코 무시할만한 수치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줄어드는 학생들의 참여율은 결국 학생들의 소극적인 참여 및 무관심으로 이어진다. 

 

이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크게 4가지 정도로 나타났다. 먼저, 설문 응답자의 약 30%가 작성한 개인주의에 대한 의견이다. 응답자들의 주된 의견은 개인주의의 심화이다. 희생의 정신으로 학생회장 선거에 나갔고 당선이 되었는데, 일을 하려고 해도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주지도 않을뿐더러 참여율도 저조하다는 것이다. 둘째로, 설문 응답자의 25%가 작성한 ‘학업 및 시간에 대한 문제’이다. 이는 본 교정의 학생들이 학업, 아르바이트, 본업, 취업, 수도생활 등의 이유로 바쁜 일상을 보내는 사람이 많고 자기 자신의 삶을 더 중시하는 분위기로 인해 학생들의 관심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설문 응답자의 약 23%가 응답한 ‘책임 회피 및 과도한 희생 요구’이다. 이 경우, 학생회장이라는 자리가 책임감이 막중한 자리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하려고 하지 않으며, 막상 학생회장이 되더라도 보상이 없는 과도한 희생이 요구되고 학교와 학생들 사이에서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또 어떤 일을 하려고 해도 일부 협조적이지 않거나 행사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학생들의 참여율이 너무 저조해 의욕이 떨어진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마지막으로 약 13%가 응답한 ‘학교 시스템 상의 문제’이다. 학교 커리큘럼 상 학생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바라기 힘들며, 복수전공 시스템이 도입되고 나서 성신교정이 복수전공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되고 있다는 것이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이다. 이외에도 학생들은 설문조사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지금까지 성신교정 학보사에서 진행한 ‘학생회장 후보 기피 현상과 학생들의 소극적인 참여’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았다.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볼 수 있듯이 현재 성신교정에 주황불이 들어왔다. 설상가상으로 이 주황불이 점점 빨간불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는 성신교정에서도 경각심을 가져야할 부분이다. 하지만 아직 돌이킬만한 기회는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제72대 ‘왼손잡이’ 학생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2023년 제71대 ‘디딤돌’ 학생회는 코로나를 고려하지 않은 첫 학생회였다. 처음이다 보니 미흡한 점도 많고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열악한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첫 단추를 잘 꿰었다. 이제 제72대 ‘왼손잡이’ 학생회가 바통을 이어받을 시간이다. 아직 성신교정에는 학교생활에 열망을 가지고 학교의 발전과 활성화를 위해 열심히 활동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 이러한 사실을 ‘디딤돌’ 학생회가 아람제를 통해서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다가오는 2024년 ‘왼손잡이’ 학생회가 학교와 학생 그리고 학생과 학생 간의 튼튼한 중간 다리가 되어 학생들의 흩어져 있는 이목을 다시금 성신교정으로 돌리는 출발점이 되어 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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