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대한민국을 뒤바꾼 헌법재판소의 결정
[2부] 대한민국을 뒤바꾼 헌법재판소의 결정
  • 최서현 기자
  • 승인 2024.02.2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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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해산 사건과 간통죄 사건
출처 헌법재판소
출처 헌법재판소

 

헌정사 최초 정당 해산 사건: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헌재 2014. 12. 19. 2013헌다1)
대한민국 헌법 제8조 제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은 위 헌법 조문을 통해 헌법재판소에 부여된 정당 해산 기능이 헌정 사상 최초로 작동한 사건이다.

 

전 헌법재판소장 박한철 교수의 책 <헌법의 자리>에 따르면, “우리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는 무제한의 상대적 질서를 의미하지 않는다.” “민주적 기본질서의 동질성을 유지하고, 이질적 체제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정치 세력을 배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정당 해산 기능을 두고 있는 우리 헌법 제8조 제4항이라고 볼 수 있다. 정당 해산 심판을 통해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올바른 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어긋난 이질적 체제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정치 세력 즉, 위헌 정당을 배제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이 당의 강령으로 내걸었던 문구들이 북한식 사회주의의 실현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명시했다. 이 외에도 당시 당을 주도하고 있던 주요 세력에 대한 인식 및 이념이 우리 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통합진보당을 해산하고 소속 의원직을 상실하게 했다.

 

 

법과 도덕의 경계: 간통죄 사건(헌재 2015. 2. 26 2009헌바17)
헌법재판소가 과거 형법 제241조가 규정하고 있던 “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는 내용을 위헌 선언한 사건이다. 헌법재판소는 “사회 구조 및 결혼과 성에 관한 국민의 의식이 변화했다”고 판단했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다 중요시하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간통 행위를 국가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길 것이지, 형벌을 통해 타율적으로 강제할 수 없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배우자 있는 자의 간통 행위 및 그와의 상간 행위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형법 제241조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성적 자기결정권에 위반된다고 판단하기에 앞서,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훼손하고 가족 공동체를 유지 및 보호에 파괴적인 간통 행위가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영역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안창호의 반대의견 또한 존재했다.

 

배우자 있는 자의 간통 행위를 더 이상 형벌로 벌하지 않는다는 것뿐이지, 이로써 부부간의 정조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기존의 다양한 판례를 통해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지도이념, 증명책임의 부담과 그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된다고 밝힌 바 있다. 간통한 배우자를 상대로 재판상 이혼 청구, 손해배상청구 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또한 민사상의 제도에 의해 간통행위의 예방행위를 기대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올바른 헌법재판의 역할과 헌법재판이 나아가야 할 길: 책 <헌법의 자리>를 통해
오늘날 계층과 집단 간 갈등은 포퓰리즘과 편 가르기 등으로 번져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에 치닫고 있다. 특히 우리 삶과 밀접한 정치, 사회영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헌법재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전 헌법재판소장 박한철 교수는 책 <헌법의 자리>에서 문제와 갈등을 극단적 파행 상태로 만든 다음 헌법재판소와 사법의 영역에 모든 것을 떠맡기는 식의 행태를 반복하는 정치의 과도한 사법화 현상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러한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서 헌법의 우위를 실현하고, 헌법 수호의 임무를 지니는 헌법재판소로서는 헌법적 분쟁으로 사건화된 사회갈등에 대해 헌법적 가치를 철저히 구현하여 갈등을 최종적으로 조정하고 해결해 사회통합에 기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결국 복잡다단화되어 가고 있는 우리 사회 현실 속에서 헌법재판이 갖는 의미와 헌법재판소의 역할은 사회통합에 기여하는데 하나의 기준을 제시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저자 박한철 교수는 “훌륭한 헌법재판이란 직선과 곡선, 그리고 색채가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음악과 같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처럼 올바른 헌법적 가치가 구현된 헌법재판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과 민주적 기본질서를 보호하여 창의적이고 안정적인 국가생활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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