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
문자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
  • 박은진 기자
  • 승인 2024.03.2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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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세계문자박물관 전경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전경

지난해 6월, 인천광역시 송도에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10년의 준비 끝에 개관한 이곳에선 박물관의 비전이 드러나는 상설 전시 <문자와 문명의 위대한 여정>과 3월 31일까지 관람 가능한 기획전시 <문자와 삽화-알브레히트 뒤러의 판화를 만나다>가 진행 중이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프랑스의 샹폴리옹 세계문자박물관과 중국문자박물관에 이은 세계 3번째이자, 한국 최초의 문자 전문 박물관이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의 건축물 ‘페이지스(Pages)’는 두루마리를 형상화해 문자가 쓰이는 바탕을 건축적 장치로 활용했다. 내부는 지하 1층과 지상 2층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으며 상설 전시실, 기획전시실, 어린이체험실, 세미나실, 야외 전시 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더불어 연령대별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다양한 방식으로 문자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단순히 문자의 역사만을 담고 있는 공간이 아니다. 창의성과 소통성, 다양성 등 세계 문자의 수많은 가치를 탐구하고 확산하고자 하며 세계 문자와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문자 생태계 보호에 동참한다. 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고유 문자인 한글의 가치 공유와 확산을 위해 기반을 마련하고 보다 창의적인 방향으로 문화 콘텐츠를 확대해 국가 이미지를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

 

상설 전시인 <문자와 문명의 위대한 여정>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연출과 해설이 돋보인다. 전시장 내부 벽에 영상을 비춰 생동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했고, 터치스크린을 통해 9개 국어로 전시해설을 제공했다. 또한 전시의 시작과 말미에 작가의 눈으로 재해석한 문자 콘텐츠를 선보이며 관람객이 한층 폭넓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시해설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는데, 한국어 해설은 시간대별로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고 영어, 일본어 해설은 사전 예약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전시 초입에선 김승영 작가의 <바벨탑> 만날 수 있다. 각기 다른 언어가 뒤섞인 채 들려오는 작품 앞에서 우리는 언어의 다양성을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언어에 관한 생각을 깨우고 전시는 ‘말’이 ‘문자’가 되던 순간으로 돌아간다. 이집트, 라틴어 등 우리에게 익숙한 문자 외에도 인도, 동남아 문자의 역사를 전하며 관람객의 시야를 넓혀준다. 이는 연이어 소개되는 한자권 언어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어, 일본어, 한글과 함께 훈맹정음*을 소개하고 ‘손으로 읽는 글’의 가치를 알린다.
*훈맹정음: 박두성이 1926년에 발표한 한글 점자

 

전시 중반을 넘어서면 전시의 큰 주제가 바뀐다. 전반부는 문자의 시작과 발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후반부는 문화 속의 문자를 중점적으로 바라본다. 문자는 인류 혁명의 순간에 늘 함께했기에 종이, 서체, 인쇄술의 변화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이러한 문자 문화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고 있는 문자의 가치를 전하며 전시는 마무리된다.

 

비록 수많은 문자가 소멸과 생성을 반복하지만, 그 과정에서 문화가 지속되고 성장했음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아울러 많은 문화와 문자가 어우러지며 지켜온 다양성은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그렇기에 이곳은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지키고자 범용 디자인**을 표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모형 전시품을 통해 촉각 체험이 가능케 하고, 훈맹정음 전시 구간에선 수어 영상을 함께 제공했으며 유물 설명 패널을 휠체어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춰 설치했다. 이렇듯 문자를 통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곳,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 볼 수 있길 바란다.
**범용 디자인: 연령, 성별, 국적, 장애의 유무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건축, 환경, 서비스 등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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