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의‘보이지 않는 눈’
SNS의‘보이지 않는 눈’
  • 교양교육원 박상민 교수
  • 승인 2011.11.23 16:36
  • 호수 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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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양교육원 박상민 교수


 전통적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상대방 앞에서 말로 하는 음성 중심의 의사소통과, 상대방이 없는 상태에서 글로 쓰는 문자 중심의 의사소통이 그것이다. 그런데 최근‘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일반화는 그 경계를 허물어뜨렸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동일한 공간에서 서로의 표정을 살피면서 진행되는 음성 커뮤니케
이션에서 메시지는 쉽게 전달되지만 또한 쉽게 잊혀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 독자를 상상하면서 써야하는 문자 커뮤니케이션에서 메시지는 어렵게 생산되고,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되고, 오래 기억된다. 이 밖에도 음성 메시지는 그 특유의 현장성으로 인해 오해의 소지가 적다는 특징이 있다. 음성 커뮤니케이션에서 말하는 사람은 음성언어 이외에도 표정이나 몸짓 등을 통해 다양한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고, 또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면서 즉각적으로 메시지를 수정,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문자 메시지는 항상 오해의 소지가 뒤따른다. 음성 메시지에 비해 문법적으로 더 완전한 문장을 사용하지만, 문자 메시지에는 더 많은 오해가 뒤따른다. 논리적 허점, 글쓴이의 독선, 예상치 못했던 독자들의 반응 등이 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을 할 때 보다 글을 쓸 때에 더욱 긴장하고, 더 큰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SNS 메시지는 이 두 특징을 모두 갖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생산되는 문자 중심의 SNS 메시지는 쉽게 전달되고, 쉽게 잊혀지는 듯하지만, 또한 불특정다수에게 전달되기도 하고, 오랫동안 기억되기도 한다. 물론 SNS의 유용성은 명백하다. 자신의 경험과 감흥을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수많은‘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고, 또 친구들의 경험과 감흥을 직접 만나지 않고도 손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최근에는‘SNS 민주주의’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SNS는 정치적 의사소통의 중요한 축이 되었다. 튀니지에서 일어난 한 노점상 청년의 분신 사건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아랍 전역의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진 것은 그 좋은 예이다. 그러나 SNS의 부정적 영향 역시 만만치 않다. 제품 홍보를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SNS가 활용되는 것은 이미보편적현상이다‘. 리트윗’이나‘퍼나르기’를 통해 은밀한 사생활이 대중들에게 공개되어 난처한 경우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지난 달, 우리 학교 출신의 모 아나운서가 트위터에 자살을 암시한 글을 올렸다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네티즌들 사이에 진실공방이 오갔고,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하차 결정이 나던 날에 그녀는 자살했다. 이처럼 매년 1만 5천명이 넘는 자살자 가운데 상당수
가 트위터나 미니홈피, 페이스북 등에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지만, 그로 인해 자살을 막았다는 보도는 찾기 힘들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개인적 소외와 외로움을 해결해 줄 것처럼 보였던 SNS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약자인‘SNS’를 컴퓨터 자판에서 한영전환키를 누르지 않은 채 치면‘눈’이 된다. 우연한 결과이지만 나는 이를 통해 사용자들이‘SNS’에는‘눈’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고전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가 말했던‘보이지 않는 손’처럼 SNS에는‘보이지 않는 눈’이 있다. 그‘눈’은 메시지‘생산자’의 눈이기도 하
고, 메시지를 읽기를 기대했던‘친구들’의 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수많은‘불특정 다수’의 눈이기도 하다. 우리는 SNS가 지닌 음성 커뮤니케이션의 특징 때문에 너무 쉽게 친구에게 말하듯 사생활을 고백하고, 또 제 3자를 비난한다. 하지만 SNS는 문자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을 동시에 갖고 있다. 내가 생산한 메시지는 예상보다 오랜 시간 보존되고, 또 예상보다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면서, 숱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악
용될 수도 있다. 이러한 특징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으면, ‘SNS’라는 예리한 양날의 검에 자칫 스스로 치명적 화를 입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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