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 만약 학보사 기자들이 파업한다면
<솟대> 만약 학보사 기자들이 파업한다면
  • 가톨릭대학보
  • 승인 2012.03.14 15:48
  • 호수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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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방송 MBC 노동조합파업이 장기화 되고 있다. 지난 1월 25일(수)부터 시작된 제작거부 사태는 “김재철 사장 퇴진·공영방송 정상화”를 목표로 7주째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뉴스데스크’는 15분으로 축소편성 돼 방송되고 있으며 간판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은 6주째 결방되고 있다. KBS와 YTN 노조 역시 지난 6일(화)과 8일(목) 파업에 돌입하여 정론직필과 공정방송 사수를 요구하고 있다. 

 파업에 나선 기자 및 PD들의 기조인 ‘정론직필’은 정당하고 이치에 맞는 의견이나 주장으로 어떤 사실을 구애됨 없이 있는 그대로 적겠다는 언론의 사명을 표현한 말이다. 즉, 외압에 의해 기사의 존폐여부가 결정되지 아니하고 공정하고 정확한 보도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보 역시 정론직필의 정신을 근간으로 설립된 ‘본교 유일 통합 언론기관’이다. 비록 제1의 신분은 학생인 기자들이지만, 언론인이라는 자부심을 잃지 않고 공정한 보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본보 기자도 파업의 욕구를 억누를 때가 있다. 공문을 요구할 때이다. 공문이란 공공기관이나 단체에서 공식으로 내는 서면이다. ‘공문 쓰는 게 뭐 그리 어렵겠느냐’ 싶겠지만 공문은 공식문서이기에 양식에 맞춰 문어체로 작성해야하고 본보 간사와 주간교수를 거쳐 해당 부서에게 전달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취재에 무리가 있다. 마감에 쫓겨 기사를 뱉어야(?)하는 기자들에게 “공문으로 보내세요”라는 말은 “기사 쓰지 마세요”와 다를 바 없다.

 그래도 공문을 작성하는 것은 애교수준이다. 만약 본보 기자들이 갑자기 파업을 선언한다면 학보를 ‘홍보수단’으로 치부하는 윗분들의 영향이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학칙에 따르면 본보의 목적은 학내의 여론을 창달하고 지식과 교양의 증진을 도모하며 건전한 학풍 수립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본보는 대외적 이미지를 위해 존재하는 홍보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시다시피 대외적 홍보는 ‘가홍이’가 도맡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왜 학보까지 본교를 추앙하길 원하는가? 윗분이 원하는 ‘올해 약학대학 지원생 중 이화여자대학교의 학생들은 다 떨어졌다’, ‘서울대에 가야 할 학생들이 성심교정에 있다’는 식의 기사가 재학생의 지식과 교양의 증진을 도모하는 데 영향을 줄지는 의문이다. 엘리트집단에 대한 반감을 조장할 수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이 다분한 기사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언론의 중심 역할은 객관적 사실보도와 권력에 대한 견제이다. 지상파 방송가에 부는 파업의 바람은 현 정권과 관련한 객관적 사실보도와 견제가 불가능한 구조를 타파하기 위함이다. 학보의 중심 역할 역시 객관적 사실 보도와 학교에 대한 견제이다. 본보가 해야 할 역할은 대외적 이미지를 위해 장점만 취득해 기사를 보도하는 것이 아닌, 다각적인 시선에서 본교의 발전을 위한 비판을 제공하는 것이다. ‘정론직필’의 정신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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