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사회의 가치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
학생사회의 가치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
  • 양한솔 기자
  • 승인 2012.03.28 17:04
  • 호수 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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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만의 경선에도 불구하고 총학생회 후보자 공약설명회를 끝까지 지킨 사람은 많지 않았다. 참여의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날이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총학생회장의 선거뿐이 아니다. 최근 본교를 보면 학생들이 만드는 문화에 있어서 참여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축제를 비롯해 동아리나 소모임, 각종 학부나 학과의 개별 행사, 선거를 포함해 이미 그 모든 문화가 정체성을 잃었다. 현재의 대학 내부의 문제는 그런 참여의 부재가 가장 근본 원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회비는 이런 ‘참여’의 논쟁에서 뜨거운 감자다. 내야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항상 이맘 때 쯤 이면 그 논란이 신입생들 사이에서, 인터넷에서 갑론을박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예전에도 학생회비를 안낸 학생들을 대자보에 써 붙여 논란이 된 적이 있었는데, 최근의 한 학부에서 학부 싸이월드 클럽에 학생회비를 안낸 학생을 공지하는 일이 있었다.

 그 학부는 지난 09년도에 개정한 회칙에서 학생회비를 내지 않은 학생은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박탈하고, 학내 소모임이나 학회에서도 제명을 당하도록 했다. 학부 행사에 참여할 때도 낸 학생들과는 다르게 월등한 참여비가 요구되었다. 그렇게 한 이유는 학생회비를 낸 학생들과 안 낸 학생의 구별이 없기 때문이었다. 학생회비를 낸 학생들에게 좀 더 혜택을 주고자 했다고 한다는 게 그들 입장이다. 그 회칙은 그동안 유명무실하게 존재해 왔는데 올해 당선된 이 학부의 학부장은 아예 이런 조치를 확실히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되었다. 사실 이런 회칙을 갖고 있는 학부는 많다. 다만 대개 유명무실하다. 학생회비는 일단 자율에 맡길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학부의 경우대로라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중요한 건 학생회비라는 일종의 의무를 저버릴 경우의 권리다. 총학생 회칙에도 이럴 경우 학생권리를 어디까지 보장해 주느냐에 대한 조항이 없다. 즉, 학생회비 의무이행여부와 관계없이도 가질 수 있는 학생의 기본권이 법 조항으로 천명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총학생회 회칙 제 1장 제 6조 1항에는 본 회의 회원(가톨릭대 재학생)은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지며 본 회의 모든 자치활동에 참가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와 동시에 2항에는 본 회의 회원은 본회의 회칙을 준수하여 회비를 납부할 의무를 가진다고도 명시되어 있다. 이 두 항이 충돌할 경우 어떤 원칙이 우선할지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를 남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경우 일부 학부의 선거권 제한이나, 학생자치활동의 제명에 관한 학부단위의 회칙은 상위법에 제한 없이 언제든 작동할 수 있다.

 이전까지 이런 참여의 딜레마에서 학생회는 거센 여론에 부딪혀 이런 식의 조치는 취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 만큼 학생회의 운영이 극에 달한 것도 사실이고, 이 때문에 이런 극단적인 조치까지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 될 만큼 학부 단위의 학생사회에서 공감대도 어느 정도 형성이 되었다는 말이다. 분명한 건 앞으로 선거권이나 학생자치활동의 참여의 부분에서 학생회비를 내지 않은 사람들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바뀐 상황에 대한 논의는 그 동안 없었다.

 이는 비단 한 학부의 내부 사정이 아니다. 이에 대한 가톨릭대 학생들의 가치판단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참여의 의무와 학생의 권리 사이에서 가톨릭대 학생들의 중시하는 가치가 재정립될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앞으로 당선될 총학생회도 이를 정립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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