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남이 바꾸기를 바라고만 있을까?
왜 남이 바꾸기를 바라고만 있을까?
  • 사설위원회
  • 승인 2012.03.28 18:34
  • 호수 2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90년대 초반까지 대학은 정치의 과잉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2000년대로 접어들며 이러한 현상은 완전히 역전되었다. 이제 대학은 정치의 결핍에 허덕이고 있다. 학생의 본분은 정치가 아니라 공부라는 그럴듯한 이데올로기가 대학공간을 뒤덮어 버렸다. 학생들이 정치에서 멀어지면 삶이 행복해지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을 거라고 웅변되던 과거가 있었다.

 지금 대학의 현실은 학생들에게서 정치도 빼앗았고, 공부마저도 쉽게 허락하고 있지 않다. 88만원 세대로 명명되는 대학생들의 삶은 그리 녹록치 않다. 비정규 대학생이란 말이 있다. 수업시간을 피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아니고, 아르바이트 시간을 피해서 파트타임으로 수업 시간을 잡아야하는 아픈 현실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정규직 학생보다 비정규직학생이 많은 현실. 이것이 현재 대학의 자화상이 아닐까 생각된다.

 무엇이 문제일까? 다른 사람의 머리를 밟고 올라서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가르치는 경쟁지상주의 이데올로기가 문제일 것이다.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사람취급도 받지 못하는 사회현실이 문제일 것이다. 소 팔고, 논 팔고, 부모님의 피와 땀을 팔고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미래를 꿈꾸어야할 대학생들의 노동력마저 팔아야만 하는 현실이 문제일 것이다. 대한민국은 그 모든 것을 개인 스스로가 해결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청년의 미래가 국가와 기업의 장래를 결정함에도 결실은 고스란히 국가와 기업이 가져가고 있다. 국가도 기업도 청년들의 삶을 돌아볼 생각은 없어 보인다. 청년들이 스스로 자신의 노동력과 가족의 노고를 팔아 준비한 잘 포장된 포장지에 자신들을 잘 포장해서 시장에 내다놓아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국가와 기업이 발 벗고 나서야 하는 게 가장 우선일 것이다. 국가의 입장에서는 대한민국의 장래를 책임질 청년들에 대한 적극적 투자가 결국은 국가의 발전을 견인하는 원동력임을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청년들의 인적자본을 신장시키는 역할을 대학에만 일임할 것이 아니라, 대학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한다. 지금의 기업은 손도 대지 않고 코를 풀려고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해결방안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당사자들의 권리쟁취 운동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실은 그와 반대의 모습으로 흐르고 있어 보인다. 정치의 결핍이 그 원인이다. 대학생들에게서 정치는 총학생회선거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그런데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되었다는 소식이 종종 언론지상에 보도되는 것을 보게 된다. 총학생회가 구성되더라도 대부분의 선거 공약은 사사로운 학내복지 문제를 건드리는 것이 대다수이다. 청년들의 정리를 통해 풀어야할 실타래는 많다. 등록금 투쟁부터 시작에서 다양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것을 사회에 전달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대학내 의사결정구조의 민주화가 필요할 것이다. 더 나아가서 청년들의 아픈 현실을 사회에서 이슈화 시키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청년들의 권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사회권 쟁취 투쟁도 필요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대학생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이루어지기 어렵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란 1980년대 선배 대학생들이 펼쳤던 민주화운동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등록금 문제, 취업문제 등 자신의 삶을 옥죄는 일상의 장애물들을 스스로 제거하고자 할 때  정치는 시작된다. 행복한 대학생활을 만드는 것은 정치에 관심 있는 소수 대학생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대학생들 자신에게 있다. 스스로가 나서야 한다.

 20년전 서태지와 아이들이 불렀던 교실이데아의 한 구절이 지금 이 시점에 더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노래 중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왜 바꾸진 않고 / 마음을 조이며 / 젊은 날을 헤매일까 / 바꾸진 않고 남이 바꾸길 / 바라고만 있을까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이데아 중에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