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잉? 나도 모르게 아싸 노선 밟고 있었네?
오잉? 나도 모르게 아싸 노선 밟고 있었네?
  • 손예지 기자
  • 승인 2012.03.28 18:47
  • 호수 2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싸된 새내기의 마음 읽기
▲ 일러스트_임나운

 

<편집자주>

 여러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선배 번호를 저장하느라 정신이 없다. 아직 그들끼리 친해지기 바쁜지 나를 신경 쓰는 사람이 별로 없다. 주변에는 타 대학 친구들 중에 자발적으로 '아웃사이더'를 자칭한 친구도 여럿있다. 자신은 편입하거나 전과를 할거니까 그다지 인간관계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머리가 지끈거려 자연스레 눈이 떠졌다. 어제도 동기들과 개강파티에 갔다가 기숙사 통금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들어왔다. 오티, 새터, 입학식까지. 과 행사와 뒤풀이에 빠지지 않고 모두 참석했다. 동기번호를 하나라도 더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각 행사 때 무리를 지어 벌써 함께 행동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저 아이들은 벌써 무리를 지어 서로 친해진 것 같은데, 나는 그냥 두루두루 사람들을 아는 상태다. 자신과 함께 다닐 친구나 무리를 찾는 아이들의 눈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뭔가 조급해진다.

 개강파티에서 잠깐 번호를 교환한 친구에게 연락을 해서 수업을 같이 갔다. 한꺼번에 번호를 저장해서 이름과 얼굴이 헷갈렸는데, 얼굴을 보니까 누군지 알 것 같다. 수업에서 그 친구와 함께 앉았는데 뭔가 어색하다. 앞줄에 짝꿍끼리 앉은 아이들은 친해보이는데....뒤에서 보니 선배들에게 인기 폭발이었던 아이가 보인다. 많은 아이들이 그 아이와 친해지고 싶어하는 것 같다. 나는 저 아이처럼 선배들에게 어필할 만한 요소는 없나 하고 잠시 생각도 해봤다.

 친구는 다른 수업이고 난 공강 시간에 어디를 갈까 하다 과방에 가봤다. 여러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선배 번호를 저장하느라 정신이 없다. 아직 그들끼리 친해지기 바쁜지 나를 신경 쓰는 사람이 별로 없다. 나는 뭔가 애매하다. 아는 사람도 어느 정도 생겼지만 겉돈다는 느낌을 받는다. 왠지 모를 어색함에 과방에서 버티다 나왔다. 다음엔 못 갈 듯 싶다. 아이들 말 들어보니까 오늘 누구누구가 선배한테 밥 얻어먹는다는 소리도 들린다. 새터 때의 예측이 대충 들어 맞는 것 같다. 인사이더로 활약할 아이들은 여기저기 끼어서 활동하는데 여념이 없다. 그런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은데 생각만큼 쉽지 않다.

 대학교에 오니 담임선생님도, 정해진 시간표도 없어서 나 홀로 학교를 다니는 건 아닐까 라는 고민에 요새 휩싸여 있다. 학창시절에 친화력이 좋다는 평판을 얻었으니까, 대학에서도 너무 튀지만 않으면 대인관계는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사교의 전쟁터다.

 아까 수업을 같이 들었던 친구에게 연락해 밥을 먹자고 했더니 오늘 수업을 복습한다며 도서관에 간단다. 혼자 걷는데 교내 복도에 많은 포스터들이 보인다. 동아리 모집, 학회 모집, 소모임, 각종 대외활동 등등. 전화번호를 교환한 다른 동기를 불러 교내에 카페로 걸음을 옮겼다. 기숙사도 아니고, 공강시간에 마땅히 갈 곳이 없다. 동기는 학생회나, 학회, 동아리 정보를 많이 수집하는 듯 했다. 학교생활에서 아웃사이더가 되지 않으려면 뭐라도 가입하는 게 좋다고 동기가 강조했는데, 사실 썩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어딘가에 소속감을 느끼고 싶지만, 그 부분에 시간을 많이 빼앗길까봐 걱정이다. 
사촌누나가 내가 대학교에 입학한다고 하자 한 첫마디는 ‘미리미리 스펙쌓고 취업준비해’였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1학년 때부터 학점이랑 스펙관리에도 힘써야 할 것 같다. 공강 시간에 동기들과 친목을 다지기보다는 영어공부나 자격증 관련 공부를 해야만 할 것 같다.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비율도 꽤 높다는 인터넷 기사를 대학 오기 전에 본 적이 있다. 그 외에 내 주변에는 타 대학 친구들 중에 자발적으로 ‘아웃사이더’를 자칭한 친구도 여럿있다. 자신은 편입하거나 전과를 할거니까 그다지 인간관계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아웃사이더의 형태도 다양한 것 같다.

 사실 내일은 개강총회다. 갈까 말까 고민이다. 가도 어색한 분위기에서 있을 것이 분명하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약속이 있는데. 그냥 친구들이나 만나련다. 사실 지난번 과방들이도 참석을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안가면 선배들과 친해 질 기회는 없을 것 같아서 걱정은 된다. 딜레마다. 이런 절차를 자꾸 밟다보면 나도 아싸가 되겠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